前 용산경찰서장, 이태원 참사 현장서 2㎞ 내 있었는데 최초 보고 90분 후에야 도착

김현주 2022. 11.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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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태원 참사 수사·감찰 진행 / 총체적 부실 대응 정황 속속 드러나 / 참사 당일 용산서장, 사고 1시간 넘은 뒤 '늑장' 보고/ 인근 기동대 투입 안 된 점도 의문 / 2005년 마련된 다중 운집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은 내부 참고용 문건이라는 게 경찰 입장
뉴스1
 
경찰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와 감찰이 진행되면서 총체적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도 남아있다.

뉴스1에 따르면 우선 용산경찰서장의 당일 행적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최초 보고를 받고 90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점이나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가 지연된 이유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1개 기동대도 투입되지 않은 이유도 납득이 어렵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매뉴얼이 없었다는 경찰의 주장이나 당직 상황관리관이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운 상황도 풀어야 할 숙제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사고가 발생한 후 약 50분 후인 오후 11시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알려진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5분 후인 밤 10시20분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선 이 전 서장이 이보다 늦은 오후 10시35분이나 11시1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전 서장은 당일 사고 현장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 인근에 있었다는 점이다. 집회 통제를 마치고 오후 9시쯤 용산서 경비과장 등 간부들과 근처에서 식사를 하던 이 전 서장은 오후 9시20분쯤 관련 보고를 받고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이태원 일대엔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하긴 했지만 삼각지역부터 이태원역까진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빠른 걸음으로 가면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만큼 2시간가량 이 전 서장의 행적에 대해선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급 관서장인 김광호 서울청장에게는 사고 후 무려 1시간16분이 지난 밤 11시36분에서야 첫 보고를 했다는 점은 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태원에 핼러윈을 맞아 10만명이 모일 것을 알고도 질서 유지를 위한 인력인 기동대가 왜 투입되지 않았는지도 여전한 의문점이다. 이번 핼러윈 기간에는 차량 통제 등 도로 흐름을 전담하는 교통기동대만 20명 배치했을 뿐 집회 현장 등에서 인파 관리를 하는 기동대는 1명도 없었다.

경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용산 전쟁기념관 앞 집회 대응을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기동대 3개 부대를 투입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대기하는 기동대 1개 부대를 배치하는 계획을 잡았다.

당시 집회들은 오후 8시쯤 모두 마무리됐고 야간조인 서울청 기동대 1개 부대는 사고 현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 근무를 했다. 그러나 오후 6시34분부터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3시간 넘게 11건의 압사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신고가 있었지만, 이들은 출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용산경찰서는 애초에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기동대가 아닌 교통기동대만 요청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태원 파출소 소속의 한 경찰관도 경찰 내부 게시판에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일부 매체는 김 청장이 서울경찰청 관련 부서에 이태원에 기동대를 투입할 수 있는지 전화로 문의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2005년부터 인파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놓고도 이번 참사 직후 "주최 측이 없는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없다"고 해명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2005년부터 이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했다. 2014년 매뉴얼에는 '다수의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선 사소한 계기에 의해서도 급박한 혼란 상태가 발생하거나 사망자 발생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다중운집'의 개념에 대해선 "미(未)조직된 다수의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 공연, 체육경기, 행사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공익성 여부를 불문한다"는 단서까지 붙여놨다

또 매뉴얼엔 "행사 중에는 군중 운집 이전부터 경찰통제선 등을 이용하여 인파 분산 유도 및 비상·안전통로를 확보하고, 인파 집결·해산 등 이동 시 인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중간마다 경력·시설물 등을 배치해 안전공간과 통로를 확보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 이태원 핼러윈 행사 때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경찰은 주최 측이 없어 안전 매뉴얼을 작동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중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매뉴얼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전 주최 측이 있고 축제 등이 있을 땐 사전에 관련 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의료 등 유관기관들이 사전에 역할을 분담해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2005년부터 만들어진 매뉴얼에 대해 내부참고용 문건이라 큰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112시스템이 사실상 '먹통' 상태였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당일 서울지방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상황관리관 당직자인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24분이 지난 시점인 오후 11시39분에야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경정)으로부터 사고 보고받고 상황실로 복귀했다.

상황관리관의 '지각'은 고스란히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으로 이어졌다. 사고 발생 3시간41분 전부터 11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상황 관리관이 상황실을 비워 서울청 차원에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시간은 상황관리관 당직자가 상황실에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야간근무 전반'(오후 6시~오전 1시) 시간이기도 했다.

현재 서울경찰청은 일과 시간 이후로는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총경급 경찰관을 '상황관리관'으로 두고 112 상황실을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당직 체계를 갖고 있다.

이같은 경찰 당직 시스템은 지난 2019년 '한강 몸통 시신 사건'에서 서울경찰청에 자수하러 온 장대호를 돌려보낸 사건을 계기로 전면 개편된 체계다. 당시 조치로 이전까지는 주말에만 총경급 경찰관이 상황관리관을 맡는 근무 체계도 평일 야간까지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찰의 근무 체계 개편은 제대로 시켜지지 않았다. 당직자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상환 관리관이 무전기만 지참하고 상황실을 비우는 '관행'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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