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실제 상황입니다” 한반도에 닥친 공습 경보!

천남수 2022. 11.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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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습경보는 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총격이나 폭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알리는 경보다. 그러니까, 당장 공중에서 공격을 가해 올 것이니까, 매우 위급한 상황임을 뜻한다.

“실제 상황입니다. 이 시간 현재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진 공습경보 발령은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1983년 8월 7일, 중국 공군 소속 조종사인 손천근이 미그-21기를 몰고 우리나라 영공에 진입하면서 전쟁 이후 첫 공습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뜨거웠던 한 여름 일요일 오후, 프로야구를 시청하던 필자는 난데없는 공습경보가, 그것도 실제상황이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민방위 훈련에서 ‘훈련 공습경보’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상황이라니, 그것도 공습경보!

공습경보는 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총격이나 폭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알리는 경보다. 당장 공중에서 공격을 가해 올 것이니까, 빨리 피하라는 것이다. 공습경보와 함께 경계경보도 있다. 적의 지상 공격이나 침투가 예상되거나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일종의 예비 경보다.

지금까지 실제로 발령됐던 공습경보와 경계경보는 모두 14차례였다. 첫 경계경보는 1983년 2월 북한군 비행사 이웅평 대위가 귀순할 때 발령됐다. 그리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 때였다. 당시 중국 민항기가 춘천 캠프페이지에 착륙했는데, 국교가 없었던 한국과 중국 간에 대화가 시작되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8월 있었던 중국군 조종사 손천근의 귀순으로 최초의 실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이후 17년 정도 잠잠하다가 2010년 서해 연평도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 차례나 공습경보와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2016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백령도 일대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것이 최근의 일이다.

 

▲ (엽합) 국토교통부가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폐쇄됐던 동해 일부 항공로를 지난 3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정상 운영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동해 항공로.(국토교통부 제공)

 

속초-강릉 거리보다 더 가까운 곳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

지난 2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떨어지면서 6년 9개월 만에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젖어있던 국민들은 공습경보 발령 소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북한 원산 일대에서 3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는데, 그중 한 발이 동해 NLL 이남 26km, 속초에서 동쪽으로 57km 공해상에 떨어진 것이다. 공습경보가 내려진 울릉도에서는 서북방으로 167km 거리였다. 그런데 미사일이 떨어진 지역이 속초에서 불과 57km, 속초-강릉 보다 더 가까운 지점이었다. 특히 이곳은 평소 홍게잡이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어장이다. 다행히 우리 어선 피해는 없었지만, 어민들은 그곳에서 그 시간까지 조업을 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공습경보가 내려진 다음날에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재차 발사했다. 나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해 세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북한의 이같은 도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도 영향을 줬다. 한·미 당국은 훈련연장을 결정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최소한 3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이번 공습경보는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70여 년전의 깊은 상처를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불안한 한반도 상황을 깨닫게 했다.

 

전쟁의 짙은 어둠은 평화의 신새벽이 다가왔다는 것인가

이번 공습경보는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70여 년 전의 깊은 상처를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불안한 한반도 상황을 깨닫게 했다. 수십 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오던 한반도 상황이 최근 들어 큰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가 언제라도 전쟁의 화마에 휩싸일 수도 있음을 이번 공습경보는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핵실험을 위한 전주곡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분위기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결행한다면 한반도 상황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에 대해 수차례 강력한 경고를 보냈지만, 그만큼 한반도 위기는 커지고, 이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은 남북 간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혀있는 상태다. 지금과 같은 극한 대치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발사건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소한의 대화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우리는 실제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전쟁은 공멸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보다는 대결이 격화되는 오늘을 볼 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쟁의 위험이 현실의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한반도에서 ‘공습경보’가 실제상황으로 발령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드는 이유다. 역사는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낫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다. 그리하여 ‘공습경보로 어둠이 짙어졌지만, 이는 평화의 신새벽이 가까워졌음을 예고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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