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캠핑장서 잠들어 보고 놓쳐"… 청장 없다고 손 놓은 경찰

이성원 2022. 11. 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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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4일 "이태원 사고 당시 윤 청장은 휴일을 맞아 국정감사 등으로 미뤄온 개인 일정을 위해 충북 지역을 찾아 오후 11시쯤 취침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제천을 방문해 지인들과 월악산 등반을 한 뒤, 충북 제천경찰서 경찰관들이 워크숍 중인 캠핑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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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참사 당시 윤희근 청장 지방 머물러
제천 캠핑장에서 저녁 식사한 뒤 11시 취침
11시 32분 첫 연락 못 보고 0시 14분 통화돼
"청장 없어도 긴급 상황 대처 업무 원활해야"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충북 제천 캠핑장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오후 11시쯤 잠들어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다. 윤 청장은 결국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 59분이 지난 30일 0시 14분에 사고를 인지했다. 경찰 대응과 보고 체계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청장, 자느라 오전 0시 14분 통화

경찰청은 4일 "이태원 사고 당시 윤 청장은 휴일을 맞아 국정감사 등으로 미뤄온 개인 일정을 위해 충북 지역을 찾아 오후 11시쯤 취침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29일 오후 11시 3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으로부터 이태원 일대 인명 사상 사고 발생 문자를 수신했으나 확인하지 못했고, 오후 11시 52분 상황담당관이 전화를 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 그래픽=송정근 기자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제천을 방문해 지인들과 월악산 등반을 한 뒤, 충북 제천경찰서 경찰관들이 워크숍 중인 캠핑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오후 6시쯤에는 송해영 제천서장 등 직원 7명과 저녁식사를 했고, 저녁 11시쯤 캠핑장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30일 0시 14분 상황담당관의 전화를 받은 뒤에야 사태를 파악하고 곧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5분 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윤 청장은 30일 오전 2시 30분 화상으로 경찰청 지휘부 회의를 열었지만, 참사를 인지한 지 2시간 16분이 지난 뒤였다.

경찰 총수라고 해서 개인 일정이 없을 수는 없지만, 사고 당일 서울을 비운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선 보수ㆍ진보성향 단체의 집회 동선이 겹쳐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윤 청장이 서울에 있었다면 관사 내 경비전화로 보고를 받아 신속하게 대응했을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청장 부재시 '시스템 부재'

경찰 수장이 서울을 비운 것도 문제지만, 시스템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 청장이 잠이 들어 연락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첫 보고 시점(오후 11시 32분)은 윤석열 대통령(오후 11시 1분)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후 11시 20분)이 사고를 알게 된 시점보다도 한참 늦었다. 소방청의 대응 2단계(오후 11시 13분) 발령, 윤 대통령의 첫 지시(오후 11시 21분) 등 긴급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치안 총책임자가 대형참사를 가장 늦게 파악한 셈이다.

경찰 수장이 없더라도 경찰청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야간 당직 상황에선 상황담당관이 청장 대신 긴급 상황을 판단할 권한이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상명하복이 뿌리 깊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위기 상황에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장이라고 해서 24시간 공직 업무만 수행할 수는 없다"면서도 "긴급 상황에 대비해 간부들이 업무 규정을 명확히 숙지하고 대책 없이 지휘만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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