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속의 여론] "요금 인상 택시난 해소에 도움 안 돼, 우버·타다 규제 해소해야"

2022. 11. 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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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 조사] 심야 택시난 완화대책, 실효성 있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밤마다 택시를 잡기 위한 인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택시 공급이 부족해진 탓이다. 국토교통부는 거리두기 해제 후 심야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야 택시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코로나 특수를 받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택배와 배달 업종으로 대거 이탈하였다. 여기에 더해 택시 기사들의 고령화 또한 높은 노동강도를 필요로 하는 심야 시간대 택시 공급이 부족해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택시 요금 인상안을 꺼내 들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4일 심야 택시난 완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9월 30일 ~ 10월 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반 국민에게 택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불편을 겪고 있는지, 택시난 해결을 위한 요금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4명 중 3명은 택시 못 잡아 곤란했던 경험
곤란했던 시간대는 오후 5시 ~ 자정 12시

이번 조사에서, 직전 한 달 동안 택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509명 중 75%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곤란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 거주자는 한밤 시간대인 오후 9시부터 자정 12시 사이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곤란했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높게 나타난 한편, 인천ㆍ경기(32%) 및 비수도권(37%) 거주자는 저녁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곤란했던 시간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곤란을 겪은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74%)이 ‘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도보, 자전거 등 다른 수단으로 이동’한 경험이 있었으며, 10명 중 6명 이상(67%)이 ‘택시를 잡는 데 30분 이상 소요’한 경험, 10명 중 절반 이상(51%)이 ‘택시 호출앱 이용 시, 우선 배차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 지역에서는 ‘원거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승차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2%로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50%)은 심야 시간 택시를 잡기 힘든 심야 택시대란 상황을 ‘심각하다’고 인식해,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18%)을 크게 앞섰다(모르겠다 31%). 수도권 거주자(55%)가 비수도권 거주자(46%)에 비해 심각하다는 인식이 더 높았고, 특히 서울 거주자의 경우 60%가 심야 택시난이 심각하다고 답해 전국 타지역 대비 높았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곤란했던 경험

‘요금 인상, 승차난 해소에 도움 안 돼’ 과반
목적지 미표시제는 도움 될 것으로 생각

서울시는 심야 택시난 해소를 위해 택시 기본요금 인상안을 내놨고,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택시 기본요금과 단위당 요금 결정의 권한은 각 지자체에 있지만, 서울시의 결정은 다른 지자체의 택시 요금 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서울시의 택시 요금 인상 대책이 심야 시간대 승차난을 해소하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까?

사람들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이미 택시 이용 경험자 10명 중 8명 이상(83%)이 현재 택시 요금 수준도 비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심야 할증 시간대 확대(59%), 기본요금 인상(56%), 탄력요금제 도입(53%) 등 직접적인 요금 인상이 심야 택시대란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택시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다수인 상황에서 요금을 더 올린다고 하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요금에 손을 대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요금 인상과 관계없는 목적지 미표시제 도입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심야 택시대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5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현재 택시요금 수준

‘요금 인상, 기사 공급 못 늘릴 것’ 과반
‘요금 인상으로 수요가 줄 것’ 의견 높아

택시 요금 인상이 택시 기사의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택시 요금 인상으로 택시 기사들의 수입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49%). 마찬가지로 택시 승차난 해소와 택시 공급 확대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각각 61%, 58%)고 답했다. 서울시가 요금 인상의 효과로 기대하고 있는 택시 운송수익 증가, 택시 기사 공급 확대에 대해서 모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수요의 변화에 대해서는 ‘택시 요금 인상으로 택시 수요가 줄어들 것’(55%), ‘심야 시간 택시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 귀가 시간을 앞당길 것’(53%)이라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뿐만 아니라, 10명 중 6명(61%)이 심야 시간대에 음주 킥보드·자전거 운전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동의했다.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

택시 요금을 인상하면 택시 기사들의 수입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택시 기사의 수도 늘어나 택시대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그런데 택시 요금을 인상하면 택시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이는 택시 기사들의 수입 감소와 택시 기사 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요금 인상이 택시 공급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다, 우버 등 서비스 규제 완화가 대안 될 수도
타다금지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과반이 찬성

택시 운행은 면허권이라는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신규 택시 기사 공급이 탄력적으로 늘어날 수 없다. 폐쇄적인 택시 산업의 구조, 법인택시 업계의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등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택시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실질 소득이 오르지 않는 이상, 업계를 떠난 택시 기사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요금 인상만으로는 심야 택시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으로, 타다·우버와 같은 비택시 운송서비스의 규제 완화의 카드도 함께 꺼내 들었다. 이는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에 2020년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명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국회의 결정을 뒤엎는 결정이다.

일단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타다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택시 산업의 혁신을 막은 정책 실패라고 생각한다(53%)’고 답했다. 택시대란의 해결 방법으로 타다금지법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응답이 57%로 나타났다.

요금 인상이 완벽한 정답이 아닌 것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택시 시장에서의 플랫폼 규제 완화가 택시대란을 단번에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경직된 택시 산업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인 시민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시민의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민성혜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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