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나온 봉화 광산 구조자들 "커피믹스, 밥처럼 먹으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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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사고 열흘째.
4일 밤 경북 봉화군 매몰 사고 광산은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던 두명의 광부가 '스스로 걸어서' 나왔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한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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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사고 열흘째. 기적의 생환이었다.
4일 밤 경북 봉화군 매몰 사고 광산은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던 두명의 광부가 '스스로 걸어서' 나왔다. 이태원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기적의 생환' 소식이기도 했다.
구조당국 등에 따르면 극적으로 구조된 선산부(조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56)씨는 고립 당시 가지고 있던 커피 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다.
경북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구조된 작업자들을 치료 중인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5일 0시 25분께 기자들과 만나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드시면서 버텼다고 했다"며 "저희하고 대화를 나누실 만큼 건강 상태는 괜찮았다"고 전했다.
이어 "(고립자들은 갱도) 안에 계실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하셨다"며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또 안 들리면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구조하시는데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셨다. 가족분들도 누구누구 오셨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하시고 한편으로는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구조된 작업자들의 생존을 위한 분투는 이들과 극적으로 상봉한 가족들의 입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보조작업자의 조카는 안동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촌이 저희가 예상한 지점이 아닌 사고 발생 당시 작업장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지 계속 수일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고 했다.
덧붙여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면서 버텼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식수로 썼다"고 전했다.
조장의 아들은 아버지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아버지 첫 말씀은 '준철이 왔나?'(식구들이 부르는 이름)였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며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이 가셨던 분이 경험이 없다 보니 그분을 격려하며 그렇게 버텼다"고 했다.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린 곳이 입구여서 그쪽으로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에 70도 아래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그 아래 지점, 사고 발생 때 작업하고 있었던 제1수갱 3편 작업장 인근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리며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긴 뒤 안전한 곳으로 가서 천막을 치거나 모닥불을 피우고 지냈다고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고립된 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발파 소리가 한 5번 정도 들려서 어딘가는 뚫리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갱도) 안에서는 시간 개념이 없었다"며 처음 가족들을 만난 뒤 "삼 일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많이 왔느냐"라고 물어본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한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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