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이후 해난 사고 더 늘어, 참사 정치 이용의 결과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된 것이 2014년 일이다. 그 후 정부가 해마다 700억~800억원의 예산을 해양 사고 예방에 썼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 감사, 조사가 무려 아홉 번 되풀이됐다. 그렇지만 해상 조난 사고는 오히려 매년 늘어났다. 2014년엔 조난 선박 1418척, 조난 인원 1만1180명이었는데 작년엔 3882척에 2만174명으로 늘었다.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거나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원인은 밝혀질 만큼 다 밝혀졌다. 무리한 선박 증·개축, 허술한 화물 고박, 승조원의 조작 미숙 등이다. 그렇다면 규정을 어떻게 바꾸고, 무슨 설비를 보강하고, 어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지 따져 개선·보강이 필요했다. 우리 사회에선 그게 아니라 상대방 진영을 헐뜯고 증오를 증폭시키는 일에 더 골몰했다. 불필요한 아홉 번의 수사·조사는 모두 한풀이용이었다. 마지막의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는 무려 4년 가까이 547억원의 예산을 쓰고 올 9월에야 활동을 마무리했다. 때마다 보고서는 허망한 내용이었다. 조사원들은 8일간 유럽을 출장 갔다 와서 한글 70자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조사가 아니라 유람 다니면서 위원들 호구지책으로 삼은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01년 일본에서 인파가 몰려 11명이 압사하고 247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번 핼러윈 축제 때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이 감탄할 만큼 유연하게 인파를 관리했던 것도 그 교훈을 되새겨 이뤄진 성과다.
한국이 2020년 코로나 초기에 확산 억제 성과를 거둔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방역 시스템을 환골탈태시켰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세월호 이후 해난 사고 증가’가 되풀이되고,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으면 재발 방지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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