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복귀하는 권력자들
사상 최고의 대(對)테러 작전으로 엔테베 작전이 꼽힌다. 1976년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자국민이 타고 있던 여객기가 테러범에게 납치되자 4000여㎞를 날아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인질 103명을 구조했다. 1분 45초 만에 테러범 7명과 우간다군 30명을 사살했다. 이스라엘에선 현장 지휘관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만 숨졌다. 그는 영웅이 됐지만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에서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다니던 동생 베냐민 네타냐후는 학업을 중단했다.
▶20년 후 베냐민은 엔테베 작전 당시 국방장관이던 시몬 페레스를 꺾고 이스라엘 총리가 됐다. 3년 뒤 총선 패배로 물러났지만 2009년 다시 총리에 올라 12년을 집권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모사드를 침투시켜 가져온 핵 관련 문서 5만여 장, CD 183장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부패 혐의로 퇴진하면서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했지만 지난 1일 총선을 통해 1년 6개월 만에 총리로 복귀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도 내년 1월부터 4년 임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가 재임한 2003~2010년 경제 호황에 대한 국민들의 그리움이 재집권 배경이 됐다고 한다. 그도 퇴임 후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돼 1년 반 복역했지만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그간의 재판을 무효로 선언해 족쇄가 풀렸다. 룰라보다 스무 살 많은 97세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도 오는 19일 치르는 총선 재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1981~2003년, 2018~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도합 25년을 집권했다. 3차 집권에 성공하면 본인이 세운 93세 최고령 총리 당선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도전 중이다. 미 헌법은 연임(連任)은 2번으로 제한하지만 간격을 두고 대통령을 두 번 하는 중임(重任)은 허용한다. 중임에 성공한 사람은 130여 년 전 22·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헌법에 중임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한번 물러난 대통령은 다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
▶과거의 권력자가 돌아오는 사정은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대부분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지도자라는 공통점은 있다. 국민으로선 검증된 사람이 낫다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재집권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보다 과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 나라에 그만큼 많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