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서 핵 공동작전… 美핵폭격기 뜨면 한국 전투기도 동시 출격
한미가 3일(현지 시각)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우산’ 훈련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 전략자산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개최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대변인 성명에서 “적대 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력 대응으로 대답할 것”이라며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수단(핵우산) 운용 연습’을 연례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 전략자산 운용에 참여하는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또 공동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미 전략자산을 적시에 한반도에 전개하고,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회견에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에 준하도록 전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핵우산’을 제때 펴기 위한 군사 능력과 정보 공유, 협의, 기획,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김정은 정권 종말’이란 문구도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담겼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우방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4일 군용기를 대거 출격시켜 180여 개의 항적이 식별되는 비행 활동을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한미가 240여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연합 공중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북한이 맞대응 도발을 한 것이다. 북한 항적은 전술조치선 이북과 동·서해상 등 여러 지역에서 잡혔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7차 핵실험 준비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번 한미 SCM은 북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억지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은 미국 내 부정적 견해도 많은 만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협의한 것이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미는 전략자산이 ‘적시’에 ‘신속히’ 한반도에 전개하도록 일종의 ‘핫라인’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군 당국 고위급 채널을 상시 가동해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미 전략자산의 전개가 필요할 경우 바로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이다. 합참과 한미 연합사 간 실시간 소통으로 우리 측 의견을 미측에 전달하는 방법이 논의됐다. SCM을 마치고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펜타곤 인근 앤드루스 기지를 찾아 B-1B와 B-52 전략폭격기 아래 나란히 선 것도 ‘실질적 상시 배치’ 합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전략자산인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애나폴리스함 등이 연이어 한반도를 찾은 것이 대표적 방법이다.
양국이 ‘확장 억제 수단(핵우산) 연습’을 정례화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이 훈련은 지난 5년간 2차례밖에 열리지 않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확장 억제 수단(핵우산) 연습’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전략자산 운용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이 훈련을 정례화하고 업그레이드할 경우 미 ‘핵우산’에 대한 우리의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이 훈련을 “최근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확장 억제 수단(핵우산) 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수단인 전략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미사일 방어 전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2시간 거리인 괌에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가 전개될 때 한국 전투기가 엄호 비행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 작전 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련이 발전할 경우 우리 전투기가 괌 등으로 가서 미국 핵무기를 싣고 미군과 함께 연습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핵 전략 지침인 ‘맞춤형 억제 전략(TDS)’도 1년 내 개정하기로 했다. 북한 김정은의 성격과 리더십 특성, 북핵 능력 등 각종 사항을 종합 분석해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최적화한 ‘핵우산’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TDS 개정에 따라 각종 훈련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합의로 핵정보 공유 수준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공동성명에 정보 공유가 명시됐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협력 수준으로 한미 정보 공유 수준 향상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측이 여전히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한미가 ‘핵우산’을 아무리 촘촘히 짜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북핵 공격에 희생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핵 버튼’은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에 ‘핵우산’ 공동 훈련 정도로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의지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종말에 직면하므로 결국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사용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느끼게 함으로써 핵실험을 억제하도록 하는 게 우선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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