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이주비 대출 막혀… 재개발·재건축 사업 잇단 차질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까지 겹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들이 이주비 마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이주를 앞둔 단지에선 조합원들이 대출받지 못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이미 대출을 받은 지역에선 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비 증가를 견디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4일 주택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시 ‘광명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인 우리은행으로부터 가산금리 인상을 통보받았다. 애초 광명11구역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1.48%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려고 했으나, 우리은행은 0.8%포인트 올린 2.28%로 요구했다. 현재 코픽스 금리(3.4%)에 가산 금리를 더하면 이주비 대출 금리가 5.68%에 달한다.
조합은 은행 측에 금리 인상 반대 의견을 전달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가산금리 인상을 수용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열어 대출 금융기관을 재입찰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워 사업을 빨리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추가 이주비를 빌려줄 만한 대주단(貸主團)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한 대형 건설사는 기본 이주비 40%에 건설사 신용으로 추가 이주비 40%를 더 지원해 준다고 제안해 흑석11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달 추가 이주비 대출기관 선정을 앞두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대주단 모집에 실패했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다음 달 추가 이주비 대출 때까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추가 이주비 대출기관이 선정되더라도 대출 금리가 너무 높아 실제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조합원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합이 예상한 대출금리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가산금리와 수수료 4.23%를 더한 것으로, 이날 기준으로 8.2%에 달한다.
최근에는 신협과 농협 같은 상호금융이 부동산 관련 집단대출을 중단하면서 정비사업 현장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방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아예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경우도 나온다. 대구 수성구 ‘삼일맨션’ 소규모 재건축 조합은 이주비와 사업비를 빌릴 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입찰을 두 차례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대구 서구 내당·내서 재건축 조합도 올해 1월 사업비 및 이주비 대출은행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지만, 현재까지 금융기관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처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270만 가구 공급 계획 가운데 52만 가구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해당한다”며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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