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시장 뜨거운데… 실리콘밸리는 감원 칼바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미국 고용시장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공개된 미국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블룸버그 예측치를 10% 가까이 웃돌았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 노동시장이 ‘매우 건강하다(very strong)’는 표현을 8번이나 반복했다.
4일 발표된 미국 10월 실업률은 3.7%로 전월(9월) 기록한 53년 만의 최저 수준(3.5%)에서 반등했다. 시장 예측치(3.6%)도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3%대 실업률은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물가를 잡으려는 미국 중앙은행에는 긴축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5%대 진입을 시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6월 6%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고용시장의 열기도 경기 둔화 우려에 식어가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서부 실리콘 밸리에서부터 정리해고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실리콘밸리부터 부는 경기둔화 신호
미국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고용 축소 바람이 부는 등 경기 수축 신호가 감지된다.
글로벌 테크 업계 정리해고 현황을 보여주는 플랫폼 레이오프fyi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세계 510개 테크 기업에서 5만759명이 해고됐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애플·아마존·구글 같은 빅테크들도 신규 고용을 일시 중단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3일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앞으로 고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미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애플이 연구 개발 인력을 제외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채용 동결은 내년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도 전 직원의 13%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임직원에게 통보했다. 앞서 구글이 채용 속도를 늦춘다고 발표한 데 이어, 메타도 지난 9월 창사 후 첫 인력 감축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1000여 명을 해고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인수한 트위터는 전체 직원의 50%에 달하는 3700여 명의 정리해고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의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고를 대비해 6개월분 이상 생활비를 준비해둬라” “남편의 해고가 의심된다면 노트북이 회사에서 지급받은 것인지 확인해보라”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1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해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50 미만은 경제활동 위축을, 그 이상은 경기 확장세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미국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지만, 경기 수축 목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고용 호조에 미 기준금리 6%대 전망도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2월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결국 내년 금리를 6%까지 올릴 것”이라고 미 투자사 FHN파이낸셜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연준이 7개월간 금리를 현 4%(상단 기준)에서 최대 2%포인트 더 올린다는 뜻이다. FHN파이낸셜은 연준이 다음 달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지 않더라도 내년 6%대까지 금리를 올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시점에서 뜨거운 고용시장 때문이다. 미국 고용시장에서 노동력 공급 부족, 수요 초과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용주끼리 임금 인상 경쟁이 붙으면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물가를 누르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일 공개한 9월 구인통계에 따르면 미국 고용주들의 구인 건수는 8월(1028만건)보다 43만7000건(4.3%) 증가한 1071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 예측치(980만건)를 9.4% 상회한다. 마켓워치는 “노동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엔 너무 뜨겁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글 검색에 도전’...오픈AI 서치GPT 정식 출시
- 유엔, 4일 北 ICBM 발사 관련 안보리 회의 열 듯
- 지방소멸 막고 지역산업 키우려면… RISE 內 전문대 투자 확대 절실
- 수급·경제 논리보다 ‘탄소 제로’만 앞세워 에너지 정책 다 꼬여
- [바로잡습니다] 30일자 A35면 ‘국회를 제 집 안방으로’ 사설에서
- [팔면봉] 민주당, ‘尹 당선인·명태균 통화’ 음성 공개. 외
- 盧정부도 보냈는데… 우크라 참관단을 ‘파병’이라는 野
-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北 비핵화’ 9년 만에 빠졌다
- 국립묘지에 묻힌 ‘K방산의 아버지’
- 미국·영국, 정년 폐지… 일본, 기업에 고용 연장 ‘3개 옵션’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