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만에 걸어나왔다… 봉화의 기적
경북 봉화군 소천면 한 아연 광산에서 발생한 갱도 붕괴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기적처럼 생환했다. 사고 발생 9일만으로,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구조됐다. 작업자들은 최초 작업 지점 인근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건강한 상태로 생존해 있었다고 구조 당국은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경북소방본부 등은 광산 아래 갱도에 고립된 작업조장 박모(62)씨와 작업보조원 박모(56)씨를 4일 오후 11시3분 쯤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하 190m 깊이 제1 수직 갱도 내 최초 작업 지점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던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당국은 “소방대원 1명과 광산업체 측 인부 1명이 진입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조 당국은 이들을 안동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국 관계자는 “구조 대원들을 보자마자 박모씨 등 작업자 2명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울었다”고 밝혔다. 조장 박씨의 아들 박근형(42) 씨는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며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 제1 수직 갱도 지하에서 모래와 흙 등 토사 900t이 아래로 쏟아지는 사고로 지하에서 채굴 작업 중이던 작업자 7명이 고립됐다. 이 중 5명은 구조되거나 탈출했지만, 조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가 고립됐다.
갱도 붕괴 사고로 고립된 조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는 221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최초 작업 지점 인근 비닐 텐트 안에서 발견됐다. 비닐 텐트 안에는 박씨 등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모닥불을 통해 체온 유지를 한 것이다. 구조 당국은 발견 장소 인근에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던 점도 이들이 생환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추정했다. 구조 당국 관계자는 “보통 갱도 내에 비닐텐트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지는 않는데, 아마 작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설물과 모닥불로 체온을 유지하고 물도 있었던 덕분에 생환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작업자들의 건강 상태는 모두 양호했고, 구조대원과 함께 걸어서 나왔다”고 했다.
구조 당국은 수직 깊이 190m의 제1 수직갱도에 고립된 작업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수직 깊이 140m의 제2 수직 갱도 아래에서 수평으로 작업자들이 고립된 지점까지 진입로 확보 작업을 했다. 구조 당국은 총 295m의 진입로를 확보했다.
이와 별도로 구조 당국은 작업자들의 위치와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시추 작업도 병행했다. 지난달 31일 천공기 2대로 실시한 1차 시추작업이 실패하자 천공기 총 12대를 투입해 시추작업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방 및 광산 구조대원만의 노력으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국방부 시추장비를 현지에 파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국은 천공기를 통해 가족들이 쓴 편지와 음식, 음료, 보온덮개 등을 내려보냈다. 고립된 조장 박모(62)씨의 아들은 편지에서 “아버지, 밖에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힘내시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라며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썼다. 보조 작업자 박모(56)씨의 조카는 “이모, 엄마, 삼촌들이 삼촌을 구하기 위해 백방팔방으로 노력하고 있어요”라면서 “힘 잃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썼다.
조장인 박씨는 27년간 광산업에 종사한 베테랑으로, 평소에도 광산 노동자 복지를 위해 활동했다고 한다. 보조 작업자 박씨는 광산업에 1년 정도 종사했고, 이 광산 현장에 취업한 지 4일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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