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9수 끝에 39세 벌랜더 첫 승리
벌랜더가 끌고, 페냐가 밀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투·타의 두 축이 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벌인 2022 MLB(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원정 5차전을 3대2 승리로 이끌었다. 애스트로스는 1승 2패로 밀리다 2연승하면서 3승 2패로 앞서 나갔다. 남은 두 경기 중 1승만 더하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오른다. 6차전은 6일 애스트로스의 홈에서 열린다.
메이저리그 18년 차 베테랑인 저스틴 벌랜더(39)는 월드시리즈 아홉 번째 등판 만에 처음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5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을 1실점(4피안타 4볼넷 6탈삼진)으로 버텨냈다. 1-0으로 앞서던 1회말 상대 선두 타자 카일 슈와버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월드시리즈 통산 열 번째 피홈런이었다. 벌랜더는 2회에도 2사 후 안타와 볼 넷 2개를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가 후속 리스 호스킨스를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애스트로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5회까지 공 94개를 던진 벌랜더를 6회에 교체했다.
벌랜더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긴 선수는 신인 제러미 페냐(25)였다. 2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장한 그는 1회 무사 3루에서 상대 선발 노아 신더가드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다. 1-1로 맞서던 4회엔 선두 타자로 등장해 신더가드가 던진 123㎞짜리 커브를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페냐는 팀의 쐐기 득점에도 기여했다. 8회 무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쳐 1-3루 추가 득점 기회를 마련했다. 애스트로스는 후속 요르단 알바레스의 1루 땅볼 때 3루 주자 호세 알투베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3-1로 달아났다.
페냐는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번 가을 야구를 통틀어선 타율 0.333(54타수 18안타) 4홈런 8타점이다.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MVP(최우수선수)였던 그는 월드시리즈 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애스트로스의 마무리투수 라이언 프레슬리는 3-2로 쫓기던 8회 1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삼진과 1루 땅볼로 불을 껐다. 9회에도 몸 맞는 공 하나를 내줬을 뿐,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던 벌랜더는 월드시리즈 도전 16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따는 감격을 맛봤다. 그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이던 2006년 10월 2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벌인 월드시리즈 1차전(5이닝 7실점·패전)부터 이번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5이닝 5실점·승패 없음)까지 월드시리즈 통산 8경기 무승 6패, 평균자책점 6.07에 그치고 있었다.
21세기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이스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벌랜더는 아메리칸 리그에 속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2005~2017년 8월)와 휴스턴 애스트로스(2017년 9월~현재)에서 뛰며 정규 시즌 통산 244승133패(평균자책점 3.24) 3198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신인왕(2006년), 사이영상(2011년·2019년), 리그 MVP(2011년), 다승왕 4회, 탈삼진 1위 5회, 월드시리즈 우승(2017년) 등 영예를 누렸다. 유독 월드시리즈에선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좌절을 거듭하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한풀이를 했다.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은 16승11패(평균자책점 3.64). 탈삼진 230개는 역대 1위를 달린다.
애스트로스의 동료 선수들은 승리 후 ‘월드시리즈 9수(修)’ 끝에 웃은 벌랜더를 세탁물 카트에 태우고 샤워장으로 데려가 맥주, 와인, 샴푸, 케첩 등을 퍼부으며 축하를 했다. 벌랜더는 “너무나 많은 이들 덕분에 이겼다. 이 팀을 사랑한다. 기분 끝내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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