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내년 상환 물량 4조4000억… 절반이 2분기 몰려

홍준기 기자 2022. 11.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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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DB생명, 자본성 증권 조기상환 6개월 미뤄

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형식상 만기가 없어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가운데 내년에 조기 상환 시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에 절반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채 시장을 통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려던 일부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연합뉴스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보험사 자본성증권 가운데 내년 조기 상환 물량은 4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2조1000억원이 2분기(4~6월)에 집중돼 있다.

조기 상환을 하려면 새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자금 시장 경색이 내년 1~2분기까지는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높은 금리를 주지 않으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 기준 생명보험업계 8위인 흥국생명과 15위 DB생명은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각각 5억 달러(약 7090억원)와 300억원 조기 상환을 6개월 뒤로 미뤘다. 조기 상환을 보류하면 연 6% 정도의 금리를 지급하면 되지만, 이번에 상환하기 위해 새로 발행하면 돈줄이 마른 고금리 상황이라 금리가 10%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2분기까지도 채권 시장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어려운 상황이 된다.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거나 없지만, 통상 5년 뒤 조기 상환하는 것이 시장의 불문율로 통한다. 흥국생명 등의 조기 상환 불발은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지난 2009년 우리은행 이후 1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채권 시장 내년에도 불안정 가능성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외 모두 고금리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 당국은 “내년 2분기에는 지금보다는 자금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5%를 넘고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은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는 4일 4.88%까지 올랐다.

◇정부 대규모 자금 투입 본격화

보험사들 외에 중·소형 증권사들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매각이나 대규모 인원 감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은 ‘50조원+알파(α)’ 자금 지원 대책을 포함해 총 100조원대의 유동성 공급을 지원해 시장을 안정시킬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증권업계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형 증권사 9곳이 4500억원을 출자해서 만든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금융 당국은 일련의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고, 지속적인 금융시장 모니터링 및 소통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가 단기간 내에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흥국생명의 경우 금융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 상환을 하면 새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신규 채권 발행을 줄이기 위해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DB생명의 경우는 300억원을 소수의 채권자에게 빌린 것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전반적인 자금 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연말에는 일부 소형 금융사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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