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카톡’에 왜 그리 화가 났을까 [오늘과 내일/김용석]

김용석 산업1부장 2022. 11.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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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 접수된 '먹통 사태' 피해 사례가 닷새 만에 4만5000건을 넘겼다.

모아진 사례들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이 얼마나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록이 될 것이다.

숱한 무료 서비스 중 하나인 카톡, 다음 메일 장애로 100만 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단일 플랫폼의 효율성으로 그만큼 이익을 봐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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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삶의 기반이 된 플랫폼
안전 지키려면 독점 경계해야
김용석 산업1부장
카카오에 접수된 ‘먹통 사태’ 피해 사례가 닷새 만에 4만5000건을 넘겼다. 모아진 사례들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이 얼마나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록이 될 것이다. 카카오에는 훌륭한 서비스 개발 가이드가 될 수도 있다. 방대한 데이터만으로는 읽어내기 어려웠던 이용자들의 시시콜콜한 속사정과 요구 사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불만을 털어놓을수록 점점 더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관계라고나 할까.

먹통 사태에도 시급한 연락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토록 큰 불편과 불안, 분노를 느낀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보면 카카오의 본원적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카톡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그 안에 연결된 사람들 관계를 규정한다. 그 관계를 통해 우리는 일하고 돈을 벌 뿐 아니라 소속감과 연대감, 존재감을 얻는다. 우리의 가족애는 ‘가족 단톡방’ 대화 속에 존재한다. 직장인의 동료애는 ‘상사를 뺀 단톡방’에서 꽃핀다. 관계 맺음을 통해 나의 실존을 실시간으로 증명하는 창구의 폐쇄야말로 가장 큰 충격이 아니었을까.

이번 먹통 사태로 드러난 사실이 있다. 그토록 중요한 삶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 시스템 위에 놓여 있었는지 확인했다. 화재 원인이 무엇이든,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번 과열되면 제어할 수 없는 폭탄으로 돌변한다. 그 배터리들 바로 위로 데이터센터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전력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카카오 서비스는 그 전력선 하나에 생명을 의지했다.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판교 데이터센터 한 곳에 거의 모든 컴퓨터 서버를 모아 놓은 탓이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카카오가 시스템 이원화에 소홀했듯이 이용자들도 플랫폼 이원화에 무심했다는 점이다. 입사 지원 서류를 다음 메일이나 카톡에 저장해 놓았다가 취업 기회를 놓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숱한 무료 서비스 중 하나인 카톡, 다음 메일 장애로 100만 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단일 플랫폼의 효율성으로 그만큼 이익을 봐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지점들에서 우리는 독점 플랫폼의 혜택과 폐해를 동시에 발견한다. 단일 플랫폼에 메신저, 택시, 금융, 공공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의존했을 때 얻는 편리함과 효율성은 그 플랫폼에 거의 모든 사람이 모인 독점 상태라는 전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익이 커질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

먹통 사태 이후 온갖 규제가 거론되고 있다. 망 이원화를 의무화하는 등 일부 플랫폼 기업 대상 규제도 그중 하나다. 이런 규제는 군소 플랫폼의 진입 문턱을 높여 독점을 보호해주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규제는 시장 경쟁을 살리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내 경제 활동의 절대적 지배자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면서 사업 범위를 무한 확장하는 불공정 행위가 손쉽게 일어난다. 결제 시스템, 상품 노출, 검색엔진 추천, 가상 비서 선택권 등 무엇이든 밀어줄 수 있다. 이를 규제해 소비자가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기업 간 경쟁으로 계속 성장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플랫폼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규율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 의존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삶은 단일 기업이 아니라 이렇게 규율된 경쟁 시장의 기반 위에서 훨씬 더 안전하게 영위될 것이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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