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돌의 기록
돌을 분석해 지구가 겪어 온 과거의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추적하는 지질학자 임재수는 호수 퇴적체를 통해 땅이 기록하고 있는 시간을 추적한다. 환경 변화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호수 바닥의 퇴적층은 좋은 연구대상이다. 빗물이 흐르고 황사가 스친 움직임의 흔적, 꽃가루, 플랑크톤 같은 생명의 흔적을 살피면서 홍수와 가뭄의 연대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당시 인류의 정주와 이주의 원인까지 찾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우주와 지구를 향한 인간의 지식과 상상력을 넓히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퇴적체 연구를 위해 전국의 분지 지형을 살펴보던 그는, 백악기 퇴적암으로 둘러싸인 합천 초계분지의 지형에서 운석 충돌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과거 70m가량의 호수였던 합천 초계분지에서 채굴한 돌을 아주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녹아 흘러내린 듯한 돌은, 땅에 거대한 에너지가 가해지는 경우 형성되는 충격 각력암 같았다. 운석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의 영향을 받을 경우 발견되는 석영의 평면 변형 구조도 보였다. 낙하하는 운석이 지면과 충돌하면, 거대한 충격 에너지가 방사형으로 땅속에 퍼져나간다. 충돌의 흔적은 고깔 형태로 땅에 기록되어 ‘섀터콘’이 된다.
사진가 김경태는 LS네트웍스에서 발행하는 ‘보보담’의 기획으로 임재수 박사팀이 채굴한 섀터콘을 만났다. 사물을 더 오래,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의 사진으로 섀터콘을 보니, 거대한 운석이 지표면과 충돌하는 순간 지구가 해일과 지진 등으로 겪었을 막대한 충격, 열폭풍으로 초토화되었을 생명체의 시간에 닿는다. 홍수, 가뭄, 지진, 해일처럼 일상을 해치는 사고의 순간을 깊이 기록하는 돌의 심연을 만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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