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억명 보는 ‘롤드컵’… 결승서 한국 청년들끼리 맞붙는다
왕좌 노리는 페이커 vs 데프트
“중계를 시작하기 전, 오늘 대한민국 서울(이태원)에서 다치고 생명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 안타까운 사고 그 자체에 애도를 표합니다.”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종합경기장 ‘스테이트팜 아레나’. 전 세계 Z세대 남자들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준결승전을 앞두고 미국 해설자는 영어로 이 같은 추모의 말을 한 후 잠시 중계 화면을 검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를 하는 팀이 한국팀인 ‘T1′과 중국팀인 ‘징둥 게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T1′이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다음 날 열린 두 번째 준결승전에서도 역시 애도를 표하는 문구가 한글로 적혔다. 이날 경기를 치르는 ‘젠지’와 ‘DRX’ 모두 한국팀이어서다. 이날 경기에서는 ‘DRX’가 이겼다.
◇Z세대 월드컵
한국 시각으로 오는 6일 오전 9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경기장 ‘체이스 센터’에서 열리는 월즈 결승에 ‘T1′과 ‘DRX’이 맞붙는다. 둘 다 한국팀이라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란, 2009년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인터넷 게임. 5명씩 팀이 돼 대항전을 하며, 감독과 코치의 지휘 아래 각자가 담당하는 포지션과 캐릭터 운영, 팀원 간 협업이 있어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지역별 리그인 LCK(한국), LPL(중국), LCS(미국), LEC(유럽)이 이뤄지고, 이들이 일 년에 두 번 전 세계 대항전을 치르는데, 연말에 치러지는 경기가 ‘월즈(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다. 축구의 월드컵과 비슷하다고 해서 ‘롤드컵’으로도 불린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기도 하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자사 보고서를 통해 예측한 올해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예상 시청자 수는 2억7600만명, 이는 미국 최대 스포츠인 미식축구리그의 2022년 시청자(2억7000만명)를 웃도는 수치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로 만든 시리즈 ‘아케인’은 46일간 독주하던 ‘오징어게임’을 꺾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총상금은 222만5000달러(약 31억원). 결승전 오프닝에는 그래미상을 수상한 힙합 가수 릴 나스 엑스가 공식 주제가 ‘스타 워킨(Star Walkin’)’을 부른다. 지난해 결승전 최고 동시 시청자수는 7386만742명이지만 올해는 이 숫자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스포츠계 최고의 두 스타가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페이커 VS 데프트
“전 세계에 방탄소년단을 모르는 10대 남성은 있어도, 페이커를 모르는 10대 남성은 없다.”
E스포츠 최고 스타는 1996년생 한국인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다. 2013년 데뷔해 백전노장인 26세 나이로 1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T1 소속으로 지금까지 3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5년 만에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언론 비보무에 따르면 71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그와 맞붙는 팀인 ‘DRX’는 신한은행·예스24 등이 후원하는 E스포츠 전문기업이다. 이 팀의 주장은 게임명 데프트, 김혁규 선수다. 페이커와 동갑인 그는 같은 마포고 출신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현역으로 활동해야 하는 E스포츠 특성상 둘 다 중퇴해,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만난 적은 없다고 한다.
페이커와 동시대에 태어나 활동했지만, 그는 늘 2인자였다. 우승에 목말랐던 그는 삼성갤럭시블루, 중국 에드워드 게이밍, KT 롤스터, 한화생명 등 여러 팀에서 활동했다. 월즈 마지막 최고 성적은 2014년 4강. 그런 그가 생애 최초로 결승에 오른 것이다.
◇최강자 자리 빼앗긴 중국
이번 결승은 5년 만의 한국팀 내전이기도 하다. 2011년 월즈가 처음 개최된 후, 한국은 역대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엔 2020년을 제외하곤 모두 중국팀에 우승을 내줬다.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 한국 선수들의 스카우트 때문이었다. T1과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징둥 게이밍’ 감독도 한국인 윤성영이다.
다시 한국팀이 강해진 이유는 한국 팀의 투자,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이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8조8855억원으로 2019년 15조5750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게임 구단별로도 투자를 늘렸다. T1은 2020년부터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훈련센터와 새 숙소를 운영 중이다. 한화생명도 E스포츠단 전문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선수 풀도 탄탄하다. 특히 “T1 연습생 출신은 일단 뽑고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재 결승에 올라가는 T1 팀원 중 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구마유시(이민형)는 T1 연습생 출신이다. 가장 어린 제우스 선수는 18세로 페이커와 8살 차이. 축구로 치면 마라도나와 메시가 한 팀이 돼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셈이다.
중국 언론 CNMO는 지난 1일 “올해는 중국 관중이 가장 숨 막히는 해가 아닐까”라며 “한국은 우리보다 앞서 있고, 그들의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경기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대로 우리는 오는 6일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 선수들이 미국 한복판에서 들어 올리는 우승 트로피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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