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혐오 표현 자제, 사고 관련 뉴스·영상 찾아보지 말아야
심리적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에 대한 전진용(사진)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외협력 홍보이사)의 답이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론보도를 여러 차례 반복해 접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 스트레스 반응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 간접적으로 사고를 접해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나.
A : “그렇다. 목격했거나 전해 들은 분들도 트라우마 스트레스 반응을 겪을 수 있다. 물론 같은 온도에서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개인차가 크다. 트라우마를 직접 경험한 분보다 지나가다 현장을 봤거나 반복적으로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이 더 많은 스트레스 반응을 겪을 수도 있다.”
Q :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은 무엇인가.
A : “현장 상황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작은 자극에서 놀랄 수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는 등 비슷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두통, 불면, 분노, 우울, 집중력 저하, 무기력 등 다양하다. 모두 트라우마를 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반응이다.”
Q :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A :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차를 타지 않으면 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증상이 지속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을 몰라서 불안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보를 접하는 것 이상으로 계속해서 관련 뉴스를 찾아보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Q : 소셜미디어(SNS)에서 적나라한 상황을 본 사람이 적지 않은데.
A : “다수 국민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이후 하루 만인 지난 3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한 이유다. 또한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Q : 온라인상의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A : “비난과 혐오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냐’는 식의 확진자를 향한 비난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사고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뿐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또한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들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한다. 지금은 비난이 아닌 위로가 필요한 때다.”
현재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지자체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과의 상담을 지원한다. 전 교수는 “대규모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만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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