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하원 우위 땐 대북 대화 나설 수도…민주당 선전 땐 한국 정부 운신 폭 넓어질 듯 [미 중간선거 D-3, 미국·세계 정세 어디로]

2022. 11. 5. 01: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PECIAL REPORT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B가 지난달 31일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군산기지에 착륙해 이동하고 있다. F-35B가 국내 기지에 전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공군]
선거를 결정하는 요인은 구도, 인물, 명분, 정책 순서로 알려져 있다. 결국 어떤 구도에서 어떤 인물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란 얘기인데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오히려 이번 선거 판세는 상대적으로 심플한 셈이다. 40여 년 만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과 ‘바이든·트럼프’ 대결 구도가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결코 유리할 수 없다는 점, 더구나 미국의 경우 매번 2년 주기로 대선과 중간선거라는 유권자들의 심판 기회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찌감치 큰 폭의 공화당 승리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올 여름이 지나면서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은 낙태권을 인정한 헙법적 근거였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공식 폐기했다. 미국은 합중국 전통에 따라 연방대법원 판결을 수용할지 여부가 개별 주의 결정 사항이고 그 결정 과정도 사뭇 다양하다. 현재 공화당 세가 강한 16개 주에서 대법원 결정을 채택한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권 문제’로 전환된 낙태법은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고 의료 서비스 접근 권한과 인종 문제 등으로 분화하면서 미국 사회의 ‘보수 대 진보’ 논쟁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임신중절 자체에 대한 여론은 백중세로 갈리지만 이 사안이 친민주당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진 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번 중간선거는 워낙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공화당의 근소한 우위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상원의 경우 민주당 우세를 점치는 기관도 더러 있는데, 흥미롭게도 상원 선거 대상 35개 주에 남부와 북부의 정치 바로미터인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가 포함돼 있어서 선거 결과가 향후 미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2022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미 관계에는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까. 향후 2년이란 시간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든 종결되고 그와 별개로 또 다른 복잡한 외교안보 과제들이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 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분화구를 찾아 분출할 확률이 높은데 특히 다음 대만 총통 선거가 2024년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가 다음 대선까지 강하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고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먼저 공화당이 상원에서 1~2석, 하원에서 10석 안팎의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해 보자. 전통적인 외교안보 영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대체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기조 중간쯤의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한반도 문제에 적용해 보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트럼프 정부에서 공화당은 북한을 상대로 두 차례 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결실을 보진 못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주도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북한을 상대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현재 국내 물가를 잡아야 하는 과제가 워낙 막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국가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큰 까닭에 북한에 대한 불신감 역시 상당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 3연임을 선택한 시진핑과의 대결 악화, 퇴로가 잘 보이지 않는 대만 상황 등이 맞물려 어느 하나의 국제안보 현안에서라도 숨통을 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북한과의 대화 카드를 고민하게 될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반면 민주당이 선전해 결과적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는데, 이 때는 흥미롭게도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2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피즘의 후폭풍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각종 외교 정책에서 성과를 내고 그런 성과를 국내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국내 리더십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도 몇 차례 출렁거렸던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의 선전 요인은 고심 끝에 꺼내 든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였지 외교 정책 성과가 아니었다.

만약 중간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선전으로 결론이 날 경우 한·미 관계에서 한국 정부의 자율적인 공간이 일정 부분 발생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보수 혹은 진보 정부의 집권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특히 보수 정부 때 한·미 관계에서 우리만의 자율성을 확보하려 했던 게 눈에 띈다. 북방 정책의 노태우 정부, 전시작전권에 관심을 가졌던 김영삼 정부, 한·미동맹의 글로벌 확장을 가져온 이명박 정부 등은 모두 한·미 관계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이런 모멘텀을 확보할 의지와 콘텐트를 갖고 있느냐다. 현재 한국이 직면한 핵심 외교안보 과제들은 북한 문제를 포함해 미·중 갈등, 한·미·일 협력, 대만 문제 여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하나같이 한·미동맹과도 깊숙이 연계돼 있는 사안들이다. 그런 만큼 향후 이런 이슈들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별개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상·하원 모두 장악하게 되거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상·하원을 각각 장악하게 되는 등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 또한 면밀히 준비·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례를 볼 때 행정부와 입법부 주도 정당이 다른 상황보다는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정당일 경우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더욱 잘 전달될 것이란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젠 한국도 주요 국가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는 국제 외교안보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그런 만큼 보다 자신감을 갖고 한·미 관계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중간선거 이후 우리 정부가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할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와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내년에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탈냉전사의 인식』 등의 저서를 펴냈다.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