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상원 지켜야 재선 명분…트럼프, 결과 무관 재등판 유력 [미 중간선거 D-3, 미국·세계 정세 어디로]

2022. 11. 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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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바이든
오는 8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2010년 중간선거 이후 결정적 변수로 작동해 온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 이슈가 사라진 선거다. 미국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미워하지도, 많이 좋아하지도 않는다. 둘째, 미국 정치의 양극화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제가 선거 향배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선거다. 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극심한 대립에 익숙한 유권자들이 40년 만에 처음 겪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어떤 정치적 선고를 내릴지 궁금하다.

셋째, 팬데믹 위기 속에 치러진 2020년 대선 때 우편 투표와 도로 투표 등 다양한 투표 방식이 확대 도입됐지만 대선 후 보수 성향의 주 의회들은 이를 다시 엄격하게 고치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을 2년 앞둔 이번 중간선거에서 최장수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선거 공정성이란 해묵은 논란에 또다시 휩싸이게 될지도 모르는 이유다. 넷째,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번처럼 국제 이슈가 아예 종적을 감춘 적도 드물다. 심지어 최대 관심사인 중국 문제도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현재 117대 하원에서 212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새로 6석만 추가하면 과반인 218석을 차지하게 된다. 양당제가 구축된 이래 1862년부터 2018년까지 40차례의 중간선거 결과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석을 상실한 경우는 36회에 달한다.

트럼프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새 의회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경우 최대 현안은 유력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인 케빈 맥카시 하원 원내대표와 공화당 내 주요 계파인 프리덤 코커스와의 관계가 될 것이다. 프리덤 코커스는 이미 2015년에도 맥카시의 하원의장 승계 시도를 좌절시킨 적이 있다.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프리덤 코커스가 하원의장에 재도전하는 맥카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맥카시가 과연 집안 단속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50대 50으로 양분돼 있는 연방 상원 선거는 그야말로 초박빙 상황이다. 민주당은 네바다·뉴햄프셔·조지아·애리조나를 지켜야 하고 공화당은 오하이오·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를 수성해야 한다. 여기에 콜로라도·유타 등도 와일드카드 복병으로 거론된다. 변수는 미 상원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60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승리하더라도 60석을 넘기긴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하원의 동의 없인 상원 주도의 입법은 불가능한 게 미 의회 구조다. 차기 대선 때까지 미국 내 통상적인 입법 정치는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중간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재선 포기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게 뻔하다. 의회에서도 향후 2년간 공화당의 중도 성향 상원의원들과의 협력과 제휴를 통해 주요 입법안 처리를 모색하려 하겠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 공산이 크다. 반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라도 지키는 데 성공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을 명분으로 재선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한층 넓어질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승리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의 공으로 돌릴 것이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다면 후보들 탓으로 돌릴 게 분명하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중간선거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의 공통된 견해다. 더 나아가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트럼프 정당’이 돼버린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점될 가능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고민은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 못지않게 리즈 체니 하원의원 등 공화당 표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제3 후보의 등장일 것이다.

국제 이슈가 비록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차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다시 주요 논쟁거리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4년간의 대외 정책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됐어야 할 2020년 대선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흐지부지된 측면이 없지 않은 만큼 2024년 대선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시도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불붙여 놓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 전략과 관련해서도 이를 어떤 방식으로, 또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속화할 것이냐를 놓고 중간선거 이후 차기 대선 때까지 2년간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미국 정치가 국제 이슈를 만날 때』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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