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패 관계 없이 보호무역주의 노선 유지할 듯 [미 중간선거 D-3, 미국·세계 정세 어디로]

2022. 11. 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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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왼쪽 넷째·다섯째) 등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미국 중간선거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향후 2년간 미국의 경제·통상 정책이 얼마나,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선거 결과가 향후 우리의 ‘경제 안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의 통상 정책에 끼칠 파장을 예측하려면 먼저 현재 바이든 정부의 정책적 특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미국의 통상 정책은 지역 산업 구조에 기반을 둔 당파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수출 중심 산업이 발달한 지역을 연고로 하는 정당은 상대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수입 대체 산업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당은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자의 지지 기반 변화에 따라 무역 정책 기조를 바꿔 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은 냉전 기간엔 두 정당의 무역 정책이 매우 유사했다는 점이다. 동구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외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차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책적 후순위에 있던 통상 정책에서는 당파적 색채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제사회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통상 정책이 막을 내리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주의로 회귀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실업률 증가,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경제·통상 정책은 정권 초기부터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통상 정책이 다른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제정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 같은 정책적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지원법에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총 28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에 더해 해당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향후 10년간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짓거나 확장하는 걸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도 포함됐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게 목표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IRA도 북미에서 제작·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전량 생산·수출하는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도 IRA 적용 유예 기간 확보 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IRA와 관련해 법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협상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렇다면 ‘아메리카 퍼스트’로 상징되는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에 중간선거 결과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최근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선거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지금의 기조가 유지·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인플레이션 등 미국 내 경제 이슈가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경제 상황이 눈에 띄게 호전되지 않는 한 현재의 보호주의 노선이 바뀔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와 분점 정부가 현실화될 경우 정책적 변화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 현실정치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에선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갈등과 견제로 국정 교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는 더욱 힘들어지곤 했다. 중간선거 이후 차기 대선을 앞둔 미국 국내 정치적 변수 또한 보호주의 변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 같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IRA 시행령 조정 등 해법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경쟁 구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제고하는 방법이 뭘지 정부와 기업·학계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와 관련, 미국이 중국 견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수요와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동남아는 이미 중국을 대체할 만한 제조업 생산 기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인구 규모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내 정치 상황 등으로 인해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문충식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국립대 조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를 맡고 있다. 외국인 직접 투자와 무역 등 국제정치·경제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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