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배달사고 낸 1억 일부 “이재명 후원금 냈다” 진술
검찰이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서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 중 일부를 이 대표의 정치 후원금으로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김용(56·구속)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해 대선 경선 자금 요구를 받았고, 이 대표의 정치 후원금은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8억4700만원 중 배달 사고를 낸 1억원에서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다만 현재까지는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건넨 후원금 액수가 5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백만원 가량인 것으로 파악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대선 경선 후보자에 대한 후원금이 연간 500만원 이하일 경우 후원자의 인적사항과 금액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된 이 대표 고액 기부자 명단에는 유 전 본부장이 빠졌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민수 대변인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선관위에 등록한 공식자료에 따르면, 대선 경선 후원금으로 정영학 10만원, 대선 본선 후원금으로 김만배 5만원이 기록돼 있고, 다른 명단은 없다”며 “다만 이들 후원자는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과 동명이인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4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의 ‘대선 경선 후원금’ 명단에는 유 전 본부장의 동거녀 A씨와 ‘불법 대선 자금 중간 전달자’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30만원, 정 변호사는 100만원을 입금했다. 또 민주당이 밝힌 후원자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김만배(57·화천대유)’를 포함해 대장동 관련자 세 명과 A씨까지 네 명 모두 동명이인이 아닌 당사자 본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사자들이 후원한 게 맞다 하더라도, 너무 소액이라서 대장동 일당이 대선에 개입했단 논거로 보는 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영학 회계사는 4일 열린 공판에서 “유동규 본부장이 ‘김용, 정진상(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다 상의해서 (대장동이) 베벌리힐스가 안 되도록, 저층 연립이 안 되도록 다 보고했다. (이재명) 시장님한테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3년 7월 “대장동을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고층 아파트를 지어 수익성을 높이려던 민간업자들과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박현준·윤지원·하준호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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