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뿐 아니라 축제홍보 방송사도 책임”…‘이태원’ 공세 나선 국힘

송채경화 2022. 11. 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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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에서 4일 이태원 참사 원인과 관련해 "사고의 책임은 경찰뿐만 아니라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사에도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애도 기간이 끝나는 다음주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쪽도 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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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애도기간 종료뒤 ‘정부 책임론’ 염두 태세전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에서 4일 이태원 참사 원인과 관련해 “사고의 책임은 경찰뿐만 아니라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사에도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경찰과 행정안전부 등 재난 관련 부처의 위기 보고 시스템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도, 참사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하자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지금은 국정조사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애도 기간 종료(5일)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될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공세적 방어 태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 공영방송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저녁까지 안전에 대한 보도는 없이 핼러윈 축제 홍보 방송에 열을 올렸다”며 “이랬던 방송사들이 사고 발생 후에는 언제 홍보성 방송을 한 적이 있었느냐는 듯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전후 방송 보도 차이를 거론하며, 위험 경고를 하지 않은 언론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그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방송들이 현장에 가도) 괜찮다고 난리쳐버리니까 젊은 여성들이 한번에 많이 몰렸다”며 남성에 비해 체구가 작은 여성들에게 피해가 집중됐던 점을 방송사 잘못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박 의원의 이런 발언은, 참사 직후 분노한 민심을 의식해 입조심을 하며, ‘주무 장관 경질’ 요구 등이 불거져 나오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애도 기간이 끝나는 다음주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쪽도 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통해 여러가지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며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강제 수단이 없는 국정조사를 하면 수사에 방해되고 오히려 논점만 흐릴 듯하다”는 게 이유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 다음에 수용 여부라든지 범위와 시기를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열어뒀지만, 하루 만에 ‘강경’ 기류로 선회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 변화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찰을 못 믿겠다면서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냐”며 “국정조사보다는 검수완박법(검찰 기소-수사권 분리법) 개정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데 보조를 맞춘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비공개회의에서 내부적으로 협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밀어붙인 검찰 기소-수사권 분리법 때문에 ‘경찰이 경찰을 셀프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민주당이 ‘정치 공세용’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당 안에선 이런 언론 탓, 야당 탓이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박 의원의 ‘언론 탓’을 두고선 “하지 않아도 될 무리한 발언으로 국민을 자극한 것”(초선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문화방송>(MBC)은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핼러윈 행사 관련) 보도는 29일 사고 당일이 아니라, 참사 전날인 28일 금요일”이라며 “명백한 허위 주장으로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한 박성중 의원에게 사과와 정정을 요구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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