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장, 참사 50분 뒤 현장 도착... 늑장 대응, '골든타임' 상실로 이어져

김도형 2022. 11.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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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후 현장 도착까지 155분 미스터리
동원 가능 경찰력 많은 데도 대응 안 해
기동대 동원 선택지 많아... 권한 미사용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입구.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사고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알려진 시간보다 45분 더 늦은 것이다. 이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 시민들이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희생자도 다수 나온 상황이었다. 그의 늑장 대처가 구조 ‘골든타임’을 놓쳐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①용산서장, 집회 관리 뒤 '155분' 동안 뭐했나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4일 “이 총경이 사고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5분쯤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태원파출소는 사고 장소인 해밀톤호텔 골목길과 100m 간격을 두고 마주보고 있다. 압사 첫 신고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접수된 점을 감안하면 발생 50분 뒤에야 현장에 간 것이다.

늦은 현장 도착도 문제지만, 공백 시간 그의 행적도 미스터리다. 이 총경은 당일 오후 8시 30분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 일대에서 열린 집회ㆍ시위 관리를 지휘했다. 이후 오후 9시쯤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다가 20분 뒤 이태원 일대 긴급상황 보고를 받고 사고 현장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삼각지역에서 현장까지 약 2㎞를 가는 데 1시간 45분이 걸렸다는 계산이 나와 감찰 및 수사가 이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상황보고서에 그의 현장 도착 시간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20분으로 기록된 의혹도 풀어야 한다. 해당 보고서엔 이 총경이 운집된 인파를 분산하라며 이태원 근처 차량 통제와 안전사고 예방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사실상 사고 발생 즉시 현장에 왔다는 건데, 실제 도착 시간과 45분의 격차가 나는 만큼 보고서가 잘못 작성된 경위 역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②오후 8~9시 골든타임 패싱, 대참사로

이임재용산결찰서장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총경의 뒤늦은 상황 파악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6분), 윤희근 경찰청장(다음 날 0시 14분) 등 상급기관 보고를 계속 지체시켰고, 결과적으로 초동대처 실패로 귀결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분석하면, 이태원 참사에서 구조에 들어갔어야 할 골든타임은 ‘오후 8~9시’였다. ‘압사’ 위험은 물론,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112신고가 쇄도한 시점이다. 일례로 오후 8시 9분 신고자는 경찰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넘어지고 다치고 난리다. 정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일 오후 6시부터 사고 발생 때까지 이태원파출소에 93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는데, 절반이 넘는 51건이 이 시간대에 집중됐다.


③'교통·경찰관기동대' 투입 권한도 안 썼다

오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총경은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도 행사하지 않았다. 용산서가 작성한 ‘혼잡경비대책서’에 따르면, 서울청 소속 교통기동대 20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8시부터 이태원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집회에 배치됐다가 오후 9시 30분이 돼서야 현장에 갔다. 이미 대규모 인파로 통제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여기에 당일 경력운용 계획을 보면, 이 총경이 지휘할 수 있는 경찰관기동대도 있었다. 오후 8시 30분 용산에서 거점 임무를 마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3개 기동대를 이태원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남부청 기동대 대신 교대 거점 근무에 들어가는 서울청 소속 1개 기동대를 활용해도 됐다. 그러나 경찰기동대가 참사 현장에 투입된 건 희생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오후 11시 이후였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브리핑에서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고 상황을 재구성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까지 목격자, 부상자 등 85명을 조사했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등 수사가 경찰 수뇌부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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