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에 ‘차이나 런’ 반사이익? 외인 3.7조 ‘바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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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주식 매수 배경
국내 증시가 한 달째 선방하면서 ‘베어마켓 랠리’(추세적 약세장 속 일시 반등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외의 가파른 통화 긴축(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4일 코스피는 2348.43으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달 초 2200선 밑에서 시작된 반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이 지난 2일(현지시간) 금리를 재차 0.75%포인트 올리면서 7월부터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졌음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몇 가지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외국인이 중국 증시에서 돈을 빼는 이른바 ‘차이나 런’(탈중국)이 지난달부터 가속화하면서 그 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된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중국 주식 9조원어치, 대만 주식 5조원어치를 팔았다. 이는 지난달 중순 중국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것과 관련이 깊다. 3연임 확정 직후인 지난달 24일 중국 본토 기업(종목)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가 하루 만에 7.3% 빠지는 등 시장은 외국인 이탈로 패닉에 빠졌다.
사실 시 주석의 3연임 자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1인 지도 체제가 기존 수준을 넘어 대폭 강화될 시그널이 보인 것이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이끌었다.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에 시 주석의 견제 세력이라 할 수 있던 공청단 출신 인물이 모두 제거된 데다, 내년 3월 리커창 현 중국 총리의 후임이 될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역시 시장 친화적이기보다는 상하이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라는 인상이 강하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진 데 비해 원·달러 환율이 최근 진정세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1190원대였던 원화 가치는 지난달 14일 1440원대까지 급락했다(환율 상승). 속절없이 무너지던 원화 가치는 이후 한 달째 추가 하락 없이 달러당 1420~143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선임연구원은 “다음 달(12월)엔 미 연준이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긴축 속도 조절로 원·달러 환율도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이 기간 110선에서 더 못 오르고 횡보 중인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킹달러’(달러의 초강세) 현상이 어느 정도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본 외국 자본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몰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국내외 긴축의 충격이 그간 증시에 선반영돼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별 영향을 못 미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PB 차장은 “연준의 긴축은 이미 예상된 수순이고 그간 증시에서 선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국채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은 것도 긍정적 요소”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증시 반등 초입론도 나온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기 수축 사이클이 줄어들고 있다”며 “코스피가 이달 중 2300선 이상을 회복하고 내년 상반기에 더 강한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강도 긴축 후 최소 수개월의 텀(term)을 두고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경기 충격 가능성을 고려하면 아직 저점을 완전히 지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류명훈 차장은 “미국 금리가 앞으로 최소 1%포인트 더 오를 여지가 남은 데다,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 기업들의 (금리 인상 충격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창균·신수민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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