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술판…'설마 했는데 역시나'

이철영 2022. 1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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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정조사 카드 꺼내며 또 '강한 야당' 드라이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당원 교육 워크숍에서 술을 마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당 윤리감찰단 감찰을 지시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애도 기간 중 '술자리·가짜뉴스' 돌출... 내부 단속 진땀 뺀 민주당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 중에 '술자리'를 가진 정치인들이 나왔지?

-맞아.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밝혀졌어. 경기도 파주 모처에서 경기도의원, 부천시의원 등이 참석한 당원 교육 워크숍에서 술을 마셨다고 해.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국가애도기간에는 사적 모임을 자제하고 음주나 지역 축제 일정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 지침을 내렸는데 이에 어긋난 행동을 한 거야. 논란이 되자 서 의원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워크숍) 출발 이후 당 지침을 받았다"고 해명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어. 이후 이재명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서 의원 감찰을 지시했어. 취재진 사이에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야.

-그런데 또 술자리를 가진 정치인들이 있었다고?

-모두 민주당 소속인 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들이 1일 목포 한 식당 저녁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셨다고 해. 민주당 중앙당은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어.

-여권도 비껴가지 못했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수원의 한 식당에서 노동계 인사들하고 술을 곁들인 저녁을 한 것으로 알려졌어. 다만 김 위원장은 "나는 술을 못 먹는다. 먹은 게 없다"고 반박했어. 그러면서 "(애도 기간에) 식사하지 말라는 그런 게 있나"라고도 했어.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150여 명이 무고하게 생명을 잃은 상황에서 애도 기간의 의미를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이면 어땠을까 싶어.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일 SNS에 8차선 도로에서 차량이 통제되는 영상을 올리고 '윤석열 대통령 출퇴근 영상'이라고 주장한 누리꾼 게시글을 공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본인은 윤 대통령 출퇴근 영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서영석 민주당 의원도 음주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남 부원장 및 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민주당은 김 위원장 해명을 두고 "국가애도 기간 중 음주 행위를 자제하고, 일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강조사항을 몰랐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는데, 사실 민주당에서 할 말은 아니지.

-여러 말들이 나왔지만 그래도 정치권이 큰 논란 없이 애도 기간을 잘 넘긴 것 같아. 세월호 참사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여론 몰매를 맞고 경질됐잖아. 미리 언행 단속을 해서 학습효과가 있었던 듯해.

-당 지도부는 입단속에도 꽤 신경을 썼어. 박홍근 원내대표는 사고 발생 다음 날 "의원님을 비롯한 소속 지방의원과 보좌진 등의 발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게시 등에 매우 신중을 기하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등 사고 수습이 우선돼야 할 시기에 자칫 정쟁 유발로 보이는 언행을 자제하라는 취지야.

-그런데 단속이 쉽지 않아 보여. 지난 2일 한 누리꾼이 경호 차량이 줄지어 도로를 달리는 영상을 게재한 뒤 "윤석열 출퇴근 행렬 동영상. 매일 이렇게 다닌다. 본인 몸뚱아리 지키려고 매일 경찰 경력 700명을 운집한다"고 한 게시물을 남영희 민주연구원장이 자신의 SNS에 공유한 후에 "관제 애도는 폭거다! 책임자 꼬리 자르기로 끝내지 말라!!"라고 코멘트를 덧붙였어. 윤석열 대통령을 경호하느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군중통제할 병력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지. 그런데 해당 영상은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차량 행렬로 밝혀졌어. 그러자 남 부원장은 네티즌 글을 공유하기만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어. 남 부원장은 지난달 30일에는 이태원 참사가 청와대 이전으로 일어난 인재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하기도 했는데, 사실확인도 안 된 말들을 퍼트리는 건 공인으로서 분명히 적절하지 않지. 국가책임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느라 그런 듯해.

-다음 주에는 애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국정조사 등 진상규명을 놓고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네 탓 공방' 말고 대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방향이 되면 좋겠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민주당은 희생자 추모와 사건 수습과 함께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이새롬 기자

◆野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야당탄압 중단'→'참사 책임 규탄'으로 180도 바뀐 태도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이후 더불어민주당도 일주일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건의 진실을 추궁하는 등 숨 가쁘게 움직였는데.

-핼러윈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고 수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 이전까지 민주당 당대표회의실 '백드롭'(벽에 걸리는 현수막)에는 '야당탄압 규탄! 보복수사 중단!'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이 대표가 기자회견 할 때는 현수막을 흰 천으로 가려서 해당 문구가 보이지 않게 했어.

-다음 날인 31일부터 당대표회의실 백드롭은 흰 배경에 검은색 글씨로 '힘을 모읍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교체됐어.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라는 문구를 선택한 데 비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라는 문구를 백드롭에 걸었어.

-5일까지가 '국가애도기간'이고, 참사 수습을 위해 여야 간 정쟁은 자제하겠다는 민주당이었지만, 1일 이른바 '112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로는 '진상규명' 모드로 입장을 180도 바꿨어. 녹취록에는 참사 발생 3시간40분가량 전부터 이미 경찰 112신고를 통해 열 차례 이상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된 사실이 담겨 있었어.

-박 원내대표는 녹취록 공개 이후 "공개된 녹취록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경찰과 소방당국이 당시 어떤 신고를 받고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낱낱이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어.

-또 민주당은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도 '파면'돼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지. 2일 정청래 최고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경질을 촉구했어.

참사 수습을 위해 여야 간 정쟁은 자제하겠다는 민주당이었지만 '112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로는 '진상규명' 모드로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새롬 기자

-같은 날 이 대표도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전날(1일) 기자간담회에서 외신기자에게 농담을 건네 물의를 일으킨 한덕수 국무총리를 두고는 "농담할 자리냐"고 되물으면서 직격을 날리기도 했어.

-정부에서 △리본에 근조·애도·추모 등 글씨 기재 금지 △'참사'가 아닌 '사고' 표기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 표기 등의 지침을 각 기관에 지침으로 내리는 것을 두고도 이 대표는 "국민들의 분노를 줄이고 자신들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지.

-3일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며 '국정조사' 카드를 내밀었어. 박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사 대상인 정부에 '셀프 조사'를 맡기기에는 국민 공분이 임계점을 넘었다"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조만간 제출하겠다"고 했어. 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이르면 다음 주 제출할 전망이야.

-박 원내대표는 요구서가 다음 주 본회의 통과되는 것을 목표로 보고 있어. 여당에서도 현재의 분노 여론이 높고 정부 책임론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현 상황을 계속 방관하긴 어려울 걸로 보여.

-일각에서는 '국가애도기간'이 국민들에게 '추모'를 강요하며 참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묵살하려고 설정한 기간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어.

-민주당은 박찬대 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세워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를 운영 중이고, 당 지도부에서도 여세를 몰아 책임 추궁과 진상 규명에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야.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참사에 관해 '강한 야당'으로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당내 중론인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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