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매몰사고 노동자 기적의 ‘생환’…“효도할 시간 주신 아버지 고맙습니다”
“무사히 살아 돌아오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효도할 수 있게 아버지가 시간을 주신 것 같아요.”
경북 봉화군의 한 아연광산 매몰사고를 당한 실종자 A씨(62)의 아들은 4일 오후 아버지의 기적적인 생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아버지는 동료 B씨(56)와 지난 26일 발생한 갱도 사고로 지하 170m에 아래에 열흘째 갇혀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이다.
A씨와 B씨가 구조된 것은 이날 오후 11시3분쯤이다. 구조 당시를 회상한 A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며 “119대원분들과 가족들이 모두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A씨의 아내 이모씨(63)도 남편이 지하 갱도에서 살아나오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구조 연습을 하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너무 감사하다. 구조대도, 모두가 노력해주셔서 남편이 살아돌아왔다”고 말했다.
B씨의 친형도 지하에서 살아 돌아온 동생이 대견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지하 170m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동생에게 전할 ‘손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구조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아 고통스럽겠지만 살려는 의지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B씨의 친형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준 동생이 자랑스럽다”며 “모닥불을 피워놓고 비닐로 텐트를 쳐 추위를 견뎌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고립된 노동자는 갱도 내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며 221시간을 버텨냈다. 또 비닐을 이용해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구조대를 기다린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시며 버텨내셨다고 한다”며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지하수)을 드셨다고 한다. 저희하고 대화를 나누실 만큼 건강 상태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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