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닷새째 조문만 이어오던 尹 첫 공식 사과.. “큰 책임, 저와 정부에 있어”
서울 ‘이태원 참사’로 숨진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닷새째 찾아 조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처음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8시 56분쯤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김대기 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과 함께 찾았다.
이날은 그간 동행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보이지 않았는데 앞선 3일 일각에서 이 장관에게 ‘조문 동행을 강력지시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이날 이 장관의 조문 동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조문은 지난달 31일, 지난 2∼3일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1일에는 참사 현장 인근인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헌화 및 분향 후 10초가량 묵념했고 합동분향소에 2분가량 머무른 윤 대통령은 이전과 같이 별도의 조문록을 작성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을 쓰러뜨리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었다고 밝힌 한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근조 화환을 쓰러뜨려 파손했다.
또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공개 사과와 사죄를 요구하며 꽃을 뽑아 바닥에 던지면서 분노를 표했다.
YTN에 따르면 이 여성은 이날 아들의 유품을 찾기 위해 체육관에 갔으며 분향소에서 조화를 본 순간 울화가 치민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부인 김건희 여사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해 유족의 분노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날 위령법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의 말씀 올린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앞선 1일 희생자의 빈소를 비공개로 찾아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 죄송하다”고 한 발언이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이후 공개 석상에서 “죄송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그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대신할 말이 없다”며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며 “슬픔과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는 대덕스님과 불자, 국민께 감사드린다. 저와 정부는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까지 매일 이태원 참사 관련 조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5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조건 없이 동참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내주 안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순 의원은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는 사건 축소와 책임 전가에만 골몰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정부 대응을 바라보는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는 가운데 여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또 여당이 국정조사 실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의힘을 제외한 의원들과 협력해 관철할 방침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국민 뜻에 반하려 한다면 정의당 등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에게 부탁해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신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국정조사가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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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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