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지하 매입 공고…“모순에 보여주기식”

계현우 2022. 11. 4. 21: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 여름 안타까운 반지하 침수 사고 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요.

반지하 주택을 사들여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는데 이 계획,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그런지, 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세대가 살고 있는 연립 주택의 반지하. 정재심 씨의 집입니다.

계절이 바뀌며 침수 피해 걱정은 덜었지만, 곰팡이가 필까 옷장문을 열어둬야 하는 등 불편은 가시지 않습니다.

[정재심/반지하 거주자 : "힘들죠. 지상으로 올라간다는 게. 물이 차서 안 된다고 부동산에서는 팔 수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마침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낡은 반지하 300세대를 우선 매입하겠다는 공고를 보고 살펴봤지만 조건을 보고 이내 낙담했습니다.

공고대로라면 건물 전체를 매입하겠다는 건데, 이를 위해선 모든 세대의 집주인에게 매각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 씨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정재심/반지하 거주자 : "지상층 사는 사람들하고 지하층 사는 사람들하고는 마음이 안 맞을 거예요. 공공에서 (세대별로) 사주면 좋을 텐데, 공고 자체가 희망 고문에 비현실적이죠."]

기준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매입 공고를 보면 1992년 이후 지어진 집 가운데 '지하층이 3분의 2이상 묻힌' 집을 우선 매입하겠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3분의 2 이상 묻힌 집은 1984년 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탁상행정에 보여주기식 정책 아닌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을 국가가 찾아가야 하는데, 팔고 싶은 사람 팔라는 것이거든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이 없습니다."]

SH 공사는 집주인이 1명인 다가구주택에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합니다.

[SH 관계자/음성변조 : "이번에는 (집주인이 1명인) 다가구주택 위주로 동별로 매입하는 게 저희들이 나을 것 같아서요."]

설계부터 꼼꼼하지 못했던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SH는 건축 연도 기준을 없애고, 주인이 여럿인 다세대, 연립 주택은 건물 전체가 아니라 세대의 50%만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꿨습니다.

또 세대별로 매입하는 방안도 서울시, 국토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혜

계현우 기자 (ky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