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복하다던 이가 남긴 문자 한 통[책과 삶]

김종목 기자 2022. 11. 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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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노인 실종사건
최현숙 지음
글항아리 | 300쪽 | 1만5000원

서울 변두리 ‘사하동’에서 독거노인을 담당하는 생활관리사이자 구술생애사 작가인 김미경에게 어느 새벽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담당인 노년의 독신 여성 황문자가 보낸 것이다. 김미경의 담당 노인이자 구술생애사 대상자다. “다라이에 연탄을 담아 이고 봉천동 산꼭대기 하꼬방 동네로 연탄 배달”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이다.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던 이가 보낸 문자메시지는 ‘끈내두한댈거업서요인저미안해오’였다. 그가 남긴 건 영정 사진 하나다. 문자가 자살 예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김미경은 황문자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소설은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서울 대홍수와 경기도 광주 대단지 항쟁, 외환위기 사태, 도시 재개발 등 거시사를 배경으로 늙고 병든 자의 미시사를 촘촘하게 그린다. 가부장제, 복지 체제, 돌봄 노동, 요양 산업 문제도 들여다본다. 빈자들의 가난과 소외, 죽음 문제도 다룬다.

이 소설을 쓴 이는 구술생애사 작가로 유명한 최현숙이다. 주인공 김미경이 최현숙을 빼닮았다. 최현숙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한다. 최근 3년은 서울역 근처에 살며 글쓰기와 홈리스 관련 활동을 진행한다.

최현숙은 ‘작가의 말’에서 “구술생애사 작업의 어떤 귀퉁이에서 픽션이라는 방식으로 구멍을 뚫어내면, 구술생애사와는 좀 다른 무늬와 쓸모의 글이 만들어지리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소설에서는 빈곤과 가족 이탈, 늙음과 죽음을 싫어하는 사회 전반의 공고한 정당성에 시비를 걸었다”고도 했다. 그는 “활동가 정체성보다 작가 정체성의 비중이 조금 더 커지는 걸 보니, 위험한 자리에 서 있는 거다. 위험을 잘 감당하자”며 이렇게 썼다. “글보다 사람과 삶이 훨씬 더 먼저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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