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학자가 본 젠더 역할…“그저 생물학적 ‘두 봉우리’일 뿐”[책과 삶]
차이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지음·이충호 옮김
세종 | 568쪽 | 2만2000원
성차별주의자들은 종종 젠더 불평등을 정당화할 때 ‘생물학적으로’라는 서두를 사용한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이 힘이 세다든가, 수컷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도록 진화했다든가…. 이런 주장들 때문에 생물학은 그간 성차별에 부역하는 학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주디스 버틀러와 같은 여성학자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개념은 문화적·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과 가장 유사하게 진화해온 영장류를 연구한 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주장들을 생물학적으로 검토한다. 조금만 헛디뎌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언을 할 수 있는 생물학이라는 ‘지뢰밭’을 통과하는 그의 태도는 도전적이고 유쾌하다.
침팬지 수컷은 상대를 위협하는 과시 행동을 한다. 암컷은 털고르기와 사교 활동을 즐긴다. 침팬지 사회는 수컷이 지배한다. 그가 침팬지에 대해 설명하면 사람들은 성차별주의자라며 화를 냈다. 반면 보노보를 이야기할 때는 반대로 환영받았다. 보노보는 평화적이며, 암컷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둘 다 인간과 96%가량의 DNA를 공유한다. 침팬지나 보노보를 인용해 수컷이나 암컷 지배가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색깔이 다르다는 데에는 아무런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 다만,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기능의 장난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은 ‘두 개의 봉우리’ 같은 분포를 보일 뿐, 언제나 예외는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그는 당부한다. “최선의 전략은 장난감 가게에서 전형적인 구분을 모두 철폐”하고 “뒤로 물러나서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놀도록 내버려두라”고 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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