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상인들 “구조 도운 직원들 트라우마…우리 탓 안 했으면”
‘버젓이 장사 눈총’받자 폐업도
“그냥 자포자기 상태예요. 국가 지원이고 뭐고 생각할 여력도 없습니다.”
‘핼러윈 참사’를 겪은 이태원 거리는 썰렁했다. 4일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는 현장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과 폴리스라인을 지키는 경찰관들뿐이었다. 음식점 창문에는 애도기간까지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며칠 전까지 음악과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골목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목탁소리만 울렸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윤모씨(55)는 핼러윈 축제 이후 거리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윤씨는 “9월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며) 손님들이 한두 명씩 오기 시작하는 게 체감돼 희망을 봤었다”며 “핼러윈 전에 가게들도 새로 입점하고 해서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님맞이를 위해 가게 앞 거리를 쓸고 닦았다고 한다.
지난달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면서 상권 회복에 대한 상인들의 기대는 더 커졌다. 해밀톤호텔 앞 대로에 각종 음식점 판매 부스가 깔렸고 퍼레이드도 열렸다. 양일간 이 축제에 참석한 인파는 약 100만명에 달했다. 윤씨는 “당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축제에 대한 얘기가 많이 파급돼서 핼러윈을 계기로 상권이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참사가 일어나면서 윤씨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윤씨는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많이 팔았는데 외국인이 많이 피해를 입어서 장사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우리 얘기를 하는 게 염치가 없지만 상권이 다시 죽은 게 염려스럽다”고 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참사 이후 아예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코로나가 확산해 장사가 안 되던 차에 이번 참사가 겹치자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A씨는 “핼러윈 이후로 장사 좀 할까 싶었었다”며 “전엔 유명 연예인도 많이 왔었는데 도저히 안 돼서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힘들게 문을 연 옷가게 주인 B씨도 “참사가 벌어진 와중에도 버젓이 장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이라고 했다.
경찰이 핼러윈 행사 관리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인들의 요청이었다”고 설명한 점도 상처가 됐다고 했다. A씨는 “참사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며 “(우리도 피해자인데) 경찰에 치이고 언론에 치여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참사 당일 직접 구조와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던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직원들도 현장을 다 목격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언제 가게를 열 수 있을지 모르겠는 상황인데 우리 탓을 하는 건 2차 가해”라며 “우리는 경찰 인력을 줄여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홍근·권정혁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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