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만 하던 윤 대통령 “비통하고 죄송” 6일 만에 첫 사과
야권 “사과 너무 늦었고, 미흡”
이상민 장관 경질 목소리 속
경찰 부실 대응 속속 확인되자
대통령실도 이 장관 거취 고심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의 사과는 지난달 29일 참사 이후 6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 추모사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위령법회에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
그간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이후 이날까지 닷새 연속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사과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할 줄 모르고, 경찰로만 꼬리를 자르려 한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과 없는 조문 행보만 하고 있다”며 “어제까지 분향소를 네 번 찾아갔다는데, 사과 한마디 없다. 참 이상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사과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까지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때 이미 슬픔과 책임감을 표시했고, 유가족 빈소를 찾아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렸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사과 전까지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시고, 초기에 머뭇거리지 마시고 담대하게 잘 대처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당연히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사과가 나왔지만, 야권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미흡하다”며 “무엇이 죄송한지, 정부의 책임인지 분명히 말씀하셨어야 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에 대한 분명한 약속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의 사과에 유가족과 국민께서 수긍하실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재난 대응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라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 장관 거취를 두고 대통령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이 윤 대통령 핵심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경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 그러나 경찰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을 그대로 안고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 시장은 SNS에서 “야당과 국민들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장관 파면을 공개 요구했고, 안철수 의원도 이 장관이 사태 수습 후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장관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 이 장관이 거취 표명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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