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11% 빠진 애플…닷컴 버블 붕괴가 생각나는 이유[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 급락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증시가 이번주 들어 4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간 가운데 애플은 지수 대비 더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번주 들어 3일(현지시간)까지 4일간 S&P500지수는 4.6%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6.8% 내려갔다. 반면 애플은 10.8% 급락했다. 하락률이 S&P500지수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메타 플랫폼 등 빅테크 기업 가운데 올 3분기 실적이 그나마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7~9월 분기 아이폰 매출액이 시장 기대를 밑돌긴 했으나 전체 순이익과 매출액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월28일 주가가 7.6% 급등했다.
넷플릭스를 빅테크 기업에 포함시킨다면 넷플릭스 외에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오른 빅테크 기업은 애플밖에 없었다.
그런데 애플은 주가가 급등한 바로 다음 거래일인 10월31일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10월31일, S&P500지수는 0.7% 약세를 보였는데 애플은 1.5% 하락했다. 11월1일, S&P500지수는 0.4% 약보합 마감했는데 애플은 1.7% 떨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11월2일, S&P500지수는 2.5% 하락했는데 애플은 3.7% 미끄러졌다.
그리고 11월3일, S&P500지수는 1.1% 내려갔는데 애플은 4.2% 급락했다.
3일엔 폭스콘 공장이 7일간 봉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아이폰14 시리즈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연구 및 개발(R&D)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군에 대해 채용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부정적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애플이 사무직은 물론 일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도 중단했으며 이는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지난 2일 소시에테 제네랄의 애널리스트인 앨버트 에드워즈는 기술주가 3분기 어닝 시즌에 타격을 받았지만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 나스닥지수 폭락 사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성장주' 같은 밸류에이션을 가진 경기순환적 기술주가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FAANG과 미국 기술주는 2018년 말 파월 피봇(pivot: 정책 전환) 이후 쌓아온 초과 수익 전체를 반납하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FAANG는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을 말한다.
또 2018년 말 파월 피봇이란 2016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2018년 말 중단되고 파월 의장이 2019년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한 것을 말한다.
애드워즈는 기술주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올초 30배에서 현재 20배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밸류에이션 낙폭은 다른 업종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경기 침체가 찾아와 기술기업들의 순이익이 2001년처럼 놀랄 만큼 깊은 경기 순환적 하락을 경험한다면 주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애플 역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에드워즈가 지적한 경기순환적 기술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9월 말 종료된 회계연도 2022년에 애플은 매출액이 7.6%, 순이익이 9.5% 늘었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회계연도 2023년에는 매출액 성장률이 4%로 둔화되고 순이익 성장률은 4%를 살짝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26%였고 선행 PER은 15배 수준이었다.
회계연도 2023년 영업이익률은 29.4%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30.3%에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2023년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선행 PER은 현재 22~23배 수준이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이것이 S&P500지수의 선행 PER 17배보다 크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JP모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애플을 1억1200만달러어치 순매도해 애플이 경기 침체 때도 고PER을 정당화할 만한 성장성과 실적 탄력성을 보여줄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애플의 올들어 최저가는 종가 기존으로 지난 6월16일 130.06달러, 장 중 기준으로는 같은 날 129.04달러이다.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다시 말해 최소 5% 위로 올리겠다고 사실상 공식화하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애플이 올들어 최저치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한 것은 7~9월 분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기보다 10~12월 실적 가이던스가 기대했던 것보다 크게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향후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실적 가시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이 애플보다 나은 것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10~12월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사실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데 애플은 실적이 잘 버틸지, 다른 빅테크 기업들만큼 나빠질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애플이니까"라고 무작정 믿기엔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 여건도, 투자 환경도 녹록치 않으니 투자자들로선 최근 애플의 주가 하락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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