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아 (시사적격)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그 후 일주일간의 기록을 담은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4일오후 10시에 KBS1에서 방송이 될 ‘시사적격’은 긴급 르포로 ‘이태원 참사,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편을 편성했다.
안타까운 참사 소식이 전해진 10월 30일 새벽에 ‘시사직격’ 제작진은 서둘러 이태원동으로 향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는 급히 투입된 단속인력과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찾으러 달려온 어머니, 친구의 시신을 확인하고 유품을 찾으러 온 대학생들이 혼란으로 가득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거리에 널브러진 주인 잃은 물품들은 불과 몇 시간 전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게 했다.
‘시사직격’은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슬픔으로 가득한 지난 일주일을 기록했다.
동이 틀 무렵, 뒤늦게 소식을 접한 이들이 한남동 주민센터로 몰려들었다. 가족과 친구를 실종자로 접수한 이들은 애써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소식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침내 기다리던 생존자의 연락을 받고 떠나는 사람들도, 다른 이의 처절한 통곡 소리에 함께 눈물을 삼켰다.
친한 동생을 찾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주민센터로 달려온 스리랑카인 리하스씨는 이태원에서 연락이 끊겼다는 친한 동생인 모하마드 지나드씨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리하스씨의 집에 잠시 맡겨둔 짐을 가지러 향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지나드씨는 결국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리하스 씨와 친구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지나드 씨를 고국에 있는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나드 씨를 포함한 150여 명의 사망자 대부분은 30대 미만의 젊은이들이었다. 오랜 수험생활 끝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첫 출근을 기다리던 20대의 여성,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어린 유학생 등 채 펴지도 못한 꿈들이 그렇게 병원 곳곳의 빈소를 채웠다.
한 생존자는 “저희가 대피할 수 있었을 때 뒤돌아서 한 명이라도 끌고 들어갔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 거죠.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많은 분이 누워계시던 그 모습이 잠들기 전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거예요, 보이는 거예요, 그걸 잊고 싶어서 계속 기도하고 있어요.정말 죄송하다고, 못 구해드려서”라고 인터뷰를 했다.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11건의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경찰은 단 네 번밖에 출동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5년 전에도 핼러윈의 좁은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태원의 한 주민은 이번 핼러윈도 예년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올해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했을지도 알아본다.
용산구청장이 미디어에 출연해 안전에 직접 신경 쓰겠다 홍보하고서, 실제로는 교통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용산구는 자신들이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작년보다 더 많은 경찰을 투입했다고 했지만, 안전관리가 아닌 마약 등 범죄 단속에만 치중되어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번 참사에 대해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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