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문화예술 향기 지속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김영미PD 2022. 11.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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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인터뷰_사람꽃]스토리 셰프 이재향(제주성안교회)
스토리 셰프는 정신의 먹거리 제공하는 사람…영화 강의에 스토리텔링 활용
4천점 넘는 영화 자료, 소통 도구로 쓰이길…"예수님이 가르친 겸손 전해지길"
스토리 셰프 이재향.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29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스토리 셰프 이재향(스토리텔링 강사, 제주성안교회)

삶의 향기를 지닌 크리스천을 만나는 로드 인터뷰 사람 꽃. 오늘은 스토리텔링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토리 셰프 이재향 씨를 제주CBS 김영미PD가 만났습니다.

◆김영미> 거실에 영화 DVD가 보이는데, 몇 점이나 있습니까

◇이재향> 4천 점 정도 됩니다. 계속 보이는 대로 구매를 하게 되더라고요, 여기 와서 한 천 점 이상이 또 들어온 거 같아요.

◆김영미>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 같아요. 제가 스토리텔링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토리 셰프라고 소개했는데요 어떤 일을 하는 겁니까

◇이재향> 일단 스토리 셰프는 제가 석사 논문을 스토리텔링 분야를 썼기도 하고요, 셰프라는 게 먹거리를 행복하게 제공하는 직업이잖아요. 저는 스토리를 주제와 소재로 써서 감성이나 정신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가장 강력하게 포인트로 삼았어요.

◆김영미> 이 공간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습니까

◇이재향> 자료를 보관하는 걸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혼자 강의를 준비하려면 한 네 번 정도 보거든요. 혼자 영화 보는 공간으로 세팅을 했다가 제주 시내에 영화를 좋아하는 교장 선생님 다섯 분 정도로 동호회가 생겼어요.

그 분들이 매 주말마다 여기서 한 5시쯤 만나면 새벽 2시까지 영화를 세 개, 네 개 정도를 주제별로 보고 있어요. 보고 대화도 나누고 합니다.

우린 여기 영화방 이름을 '시네마 119 응급처치실'이라고 합니다. 정신이 완전히 방전됐을 때, 그렇게 지친 토요일을 여기서 보내면 한 주 지내는 게 굉장히 수월하고, 실제로 아픈 상태에 와서 벌떡 일어나 영화 보고 나가는 상황을 우리가 같이 지켜보면서 '119가 맞다' 그런 이야기도 나눴어요.

◆김영미> 그럼 어떻게 그분들을 영화를 통해서 치유해 주고 있는 건가요

◇이재향> 일단 영화 자체가 치유하는 힘이 한 80% 있고요, 셰프라는 건 그 원재료를 가지고 맛깔스럽게 몸속으로 스며들 수 있게 도와주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영화가 가지는 우리 삶의 의미랄까, 내 경험이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온기, 여러 가지 장치들, 이런 것들을 짚어서 엮어내면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이렇군요'하는 마음의 느낌, 감도가 조금 더 올라가는 거죠.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영화자료


◆김영미> 강사로도 활동을 한다고 했는데, 어디서 하세요

◇이재향> 제가 제주대에서 석사 과정을 하면서 영화제를 꾸려냈었어요. 제주에서 영화제 하나를 꾸려내니까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저를 부르셨어요. 한 학기씩 주제별 강의가 있는데 좀 맡아주실 수 있겠냐 해서 시작됐고, 첫 시작은 '영화 속의 클래식'이라는 걸로 한 학기 3개월 분량을 진행했죠.

10년이 다 돼 가지만 같은 걸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주제별로 하다 보니까 마니아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매 강의마다 같은 분들이 한 80%, 70% 이렇게 오시고요, 거기서 입소문이 나서 한라도서관이나 탐라도서관 같은, 문화 예술을 베이스로 하는 인문학 강의에는 '영화는 이재향' 이렇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김영미>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 쓰실 때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공부를 했다고 하셨는데요, 스토리텔링 공부를 하니까 어떤 재미가 있으셨어요

◇이재향> 제가 제주 오기 전에 충무로에서 광고 디자인 회사를 하면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어요. 카피라는 게 대중 속에서 쓰일 때 어떤 힘을 가지고 있죠. 스며드는 파워가 있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이 되는데, 그때 스토리텔링이라는 영역이 필수적이에요.

그래서 카피 쓸 때부터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었는데, 석사 과정에 스토리텔링이 들어있는 건 제주대학교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제주에 내려왔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60이 다 돼 가는 나이에 회사를 막바지로 운영을 하면서 인생 이모작이 필요하겠다 생각해서, 광고회사 처분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뭔가 생각하면서 광고하면서 필요했던 스토리텔링을 좀 더 공부해서 풍부하게 살 찌워야겠다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연장선상에서 이웃이나 또 필요한 분들에게 공유하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전공을 선택했죠.

◆김영미> 광고 회사를 운영하다가 스토리텔링 공부를 하고 싶어서 제주에 내려오셨는데, 공부를 하고 나서 영화가 아니라 광고를 또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재향> 일단 광고 바닥은 굉장히 신선한 피를 요구하는 큰 괴물 세상이에요. 제가 25년 이상을 하면서 이미 원로급이 되었거든요. 손녀 둘까지 생긴 마당이니까, 이제는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마당을 펼쳐서 세상에 기여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광고하면서 모아뒀던 자료들을 기본 바탕으로, 제 마음속에 남아 있던 무형의 자산도 이 세상에 막 펼쳐서 내 놓아보자, 이런 구상을 했고요. 영화를 강의하면서 스토리텔링이 훨씬 잘 활용되겠다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아주 기꺼이 전공을 선택했어요.

◆김영미> 제주에 오신지가 얼마나 된 건가요

◇이재향> 석사 과정 하기 위해서 2011년에 왔고요, 그리고 돌아갈 목적이었는데, 갔다가 함께 나눠야 할 장이 제주에서 먼저 생겼기 때문에 2017년에 다시 왔습니다.

◆김영미>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서울에서 공부하기 위해 내려왔다고 했는데, 단순히 계산만 해도 나이가 가늠이 됩니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요

◇이재향>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방점이 찍히는 건 좋은 사람들과죠. 향기 있는 아름다운 사람과 영화를 모티브로 만나는 게 좋아요.

일단 문화예술에 대한 취향을 바탕으로 한 사람들이고, 그 다음에는 모여서 2년이나 3년을 동호회로 유지하고, 강의로 5년, 10년 유지하는 사람들은 한결같고요.

어떤 지향점이나 취향에 큰 변화를 갖지 않은, 그런 몇 가지 요소들이 함께 향기를 나누기에 아주 좋은 배경이 되는 그런 인연들이 돼 있죠.
 

벽면마다 채워져 있는 영화DVD


◆김영미> 이 공간이 '119 응급처치실'이라고 하셨잖아요.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재향> 제 이름이 이재향이잖아요. 향기를 싣고 있는 수레라는 뜻이거든요.

여기 오시는 분들 또한 각각의 향기를 지닌, 주로는 교육 현장에 계신 교장 선생님들인데,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스스로의 에너지를 막 방전하시는 분들이기도 하고, 물론 아이들을 통해서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지만, 현역에서 그렇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공간 자체로부터 일단 힐링을 얻고 가십니다.

이 119라는 개념은 영화를 통해서 응급 처치를 받고 소생해 간다는 뜻으로 별칭을 만들어 쓰고 있는 거죠.

◆김영미> 제주성안교회를 다니는 걸로 압니다. 스토리텔링 강사로 활동하면서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마음들이 담길 수 있을까요

◇이재향> 제가 강의 현장에서 하나님이라는 용어, 개념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아요. 근데 질문을 받으니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로 의식을 놓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수강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저는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붙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화를 강의하는 이 시간에만 강사의 포지션에 있는 거지, 수강하시는 분들도 어느 자리에서는 제가 귀 기울일 것들을 다 갖고 계신 분들이라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분들이다 라는 취지에서 굉장히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존중하는 마음이 무엇을 가지고 오냐면,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겸손, 나를 낮추는 것, 그것들이 암암리에 수강하시는 분들에게도 전달이 되어서 아주 따뜻하고 친근하고, 수강 선생님 한 분 한 분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해요.

그래서 강의 현장에서의 공기나 느낌도 굉장히 행복하고 훈훈한데요, 그런 걸 만들어 가는 것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미>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지닌다는 건 어떤 걸까요.

◇이재향> 하나님이 우리 지문이 고유한 것처럼, 너무 다양하게 각각의 모습으로 지으셨잖아요. 역시 각각의 모습의 향기도 있어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또는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는 아니지만, 그들의 고유함을 유심히 마음을 담아서 임할 때, 그들의 고유함을 마주칠 수 있는 거거든요. 그 고유함 속에 향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 있게 진심으로 사람을 만날 때, 이 현장마다 향기는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김영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이재향>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 영화 이야기하고, '사람 사는 게 결국 이런 거 아니겠어요' 라고 답을 쥐고 인생의 마무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분량이 사실은 쌓아 놓으면 만만치 않거든요.

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고 손녀가 둘이 있는데, 그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건 민폐를 끼치는 일이고, 혹시 두 손녀 중에 정말로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걸 물려주겠지만, 담을 공간까지 물려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요.

아직 답은 안 나왔는데, 혹시 가능하다면 영화 라이브러리 같은 이런 것들을 지자체나 어느 단체나 할 취지가 있다면, 제가 가진 것들을 드려서 이 영화를 가지고 문화예술에 대한 향기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아직 코로나 와중이라서 교회 내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여건이나 상황을 못 만났는데요.

지금 성안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도 크고, 그 정도 규모도 되니까 교회에서 영화방을 만들거나, 또 뜻이 있다면 교회 내에 크리스천 위주로 이런 영화들을 나눌 기회가 있다면, 자료가 너무 한정돼 있을 테니까 제가 가진 이 자료를 대사회적인 소통의 도구로 활용 가능할지, 언젠가는 한 번 타진해 볼 생각도 있습니다.

◆김영미> 앞으로 소망도 있다면

◇이재향> 저는 특별히 저 멀리서 봐도 크리스천 아우라가 막 넘실거리는 삶을 유지했나 생각해보면 스스로는 아직 자신이 없는데요.

하지만 이웃에게나 주변인에게 따뜻한 사람, 그리고 하나님을 두려워 한, 굉장히 몸을 낮춰서 나지막하게 살아간 한 인간,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있어서는 십자가의 개념을 실천하는 하나의 제 주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크게 하나님을 믿으세요 외치지는 않지만, 선교의 일환으로 몸과 마음을 보태는 것, 제가 조촐하게 저의 삶으로 인해서 '저렇게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아주 여릿한 향기로 스며들어서 혹시 '저 사람이 저렇게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하나님을 믿는 거라면 나도 그 하나님 맞아드리고 싶어' 이 정도면 정말 제가 크리스천으로서는 소임을 다하고 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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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PD ymi7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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