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달한 유럽의 난민 수용…'약자들의 치사한 제로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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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난민 수용력이 한계에 달했다.
호텔, 박람회장, 체육관과 대형 컨테이너를 총동원해도 우크라이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떠나 올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 500만 명을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이다.
같은 기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36만5,000만여 명이 유럽 각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
올해 유럽으로 이주한 난민은 '중동발 난민 위기'가 발생한 2015년 유입된 120만 명의 4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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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난민부터 지원해 '인종차별' 논란
"약자 중의 약자 골라 도와야 하는 상황"
유럽의 난민 수용력이 한계에 달했다. 호텔, 박람회장, 체육관과 대형 컨테이너를 총동원해도 우크라이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떠나 올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 500만 명을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이다. 유럽 각국이 서로에 난민 수용 책임을 떠밀기 시작하면서 올겨울 난민 위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유입 난민 500만…일부는 노숙 생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약 44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유럽으로 피란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낸 성명에서 "최근 수십 년간 목격한 강제 이주 중 최대 규모이자 최고 속도"라고 했다. 같은 기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36만5,000만여 명이 유럽 각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 올해 유럽으로 이주한 난민은 '중동발 난민 위기'가 발생한 2015년 유입된 120만 명의 4배에 달한다.
유럽의 난민 수용 시설은 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각국 정부는 준비해둔 공공주택과 호텔, 호스텔 등이 다 차자 무역박람회장과 대형 컨테이너를 주거 시설로 개조하고 있다. 올해 11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은 남부 콘스탄츠 등의 작은 마을의 체육관과 강당까지 난민을 위해 비워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벨기에에선 정부가 마련한 3만1,000채의 공공주택이 가득 차 난민 3,500여 명이 거리에서 생활한다.
한정된 물적 지원도 백인인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먼저 제공돼 인종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우크라이나인은 역내에서 자동으로 거주 허가를 받고 고용 지원과 의료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중동, 아프리카 등의 출신 난민들이 까다로운 망명 신청·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에 비하면 특별 대우다. 데이비드 슈미트케 독일 작센난민위원회 대변인은 "난민 사이에 두 계급이 형성됐다"며 "이는 제도적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난민 위기→극우 득세→처우 악화'의 악순환
올겨울 유럽의 난민 위기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기간 시설을 집중 폭격해 전기·난방·물이 끊기면서 유럽을 떠도는 우크라인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체 국민의 10분의 1 수준인 450만 명이 단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는 해외 피란민에게 "내년 봄까진 돌아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에너지난, 물가상승 등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난민 증가로 부담이 커지자 난민과 이민자를 배척하는 극우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서방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했다. 올해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등에선 극우 세력이 집권하거나 보수 제1당으로 떠올랐다. 독일에선 최근 작센주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 난민 시설에 누군가 불을 질러 경찰이 수사 중이다. 난민 위기가 극우의 영향력을 키우고, 극우의 집권이 다시 난민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난민 밀어내기는 벌써 본격화했다. 난민 1,000여 명을 태운 구조선 3척의 입항·수용을 이탈리아, 몰타, 독일이 모두 거부하면서 이들은 3일 기준 일주일 넘게 지중해를 떠돌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한 폴란드와 독일은 몇 달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수용 인원을 늘리라"며 갈등 중이다. 도움이 줄어들면 난민끼리의 자원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벨기에 망명 신청기관 '페다실' 대변인 리제 힐리스는 "이제 우리는 약자 중에 누가 가장 약자인지 골라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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