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하고 특검으로 처벌하라

기자 2022. 11. 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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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할로윈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진상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다음주 초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했고, 정의당은 여야에 ‘국정조사 공동 추진’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다”며 국정조사 조기 추진엔 거리를 뒀다. 부실하고 무능한 재난대응 체계를 보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수사 대상인 경찰의 ‘셀프수사’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의혹과 불신이 쌓여가는 참사 전모를 국회가 책임 있게 밝힐 때가 됐다.

경찰 대응의 난맥상은 이날도 추가로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밤 10시15분에 시작된 압사사고를 모른 채 밤 11시쯤 잠들었고, 경찰청 상황담당관으로부터 온 사고 발생 문자와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사태를 접한 30일 0시14분은 대통령 첫 지시도 53분이나 지난 때였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까지 집에서 늑장보고를 받으며 경찰의 비상연락·재난대응 체계는 위에서부터 먹통이 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구축한 지자체·경찰·소방 당국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번 참사에서 작동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1조5000억원을 들여 버튼만 누르면 통화되는 세계 첫 4세대 통신망이라고 자랑해놓고, 막상 재난 앞에선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국가의 무방비와 기관장 행적, 112 압사신고 묵살, 근무자 이탈까지 진상을 가리고 수사·문책할 사안이 사방에 널려 있다. 시민들은 이런 나라에 자신의 생명을 맡길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경찰이 용산서와 112상황실의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6일째 입건자가 한 명도 없다. 대통령실·정부·경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책임이 명확하게 드러난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직무배제한 후 강제수사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수사 신뢰 논란을 스스로 떨치지 못한 셈이다. 수사 대상이고, ‘참사’를 ‘사고’로 축소하려 한 정부도 진상규명 주체에선 빠지는 게 맞다. 공신력 있게 사태를 매듭짓는 일은 이제 국회가 해야 한다. 강제조사권은 없어도, 국정조사는 정부의 보고·자료와 증인을 통해 진실과 책임소재를 파헤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집권당도 소나기만 피하려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함께 조사계획서를 만들기 바란다.

국가애도의 시간이 5일 끝난다. 329명의 사상자를 낸 재난대응 체계의 민낯은 막을 수 있는 참사였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온전히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상규명의 컨트롤타워는 국회가 맡고, 책임자 처벌은 특검이나 독립된 특별조사기구가 주도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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