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구청장·서장, 당직관이 보여준 공직 기강의 민낯
이태원 참사 현장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초동 대응을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의 책임자도 자리를 비웠다.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 등의 국가 재난 지휘 체계의 상층부가 완전히 무너진 데 이어 일선 현장의 당국자들의 부실 대응도 확인된 것이다. 정부 컨트롤타워부터 일선에 이르기까지 지휘 선상에 있는 책임자 중 누구 하나 제 역할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철저히 진상을 밝혀 책임을 가려야 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2시간 전 현장 부근을 지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첫 112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여 지난 오후 8시 무렵이었다. 박 청장은 자신의 고향이자 용산구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 축제에 참석했다 상경한 직후 귀갓길에 현장 부근을 지났는데 위험을 감지하고도 구청·경찰 측에 연락하지 않았다. 귀가 후 용산구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는 메시지를 올렸을 뿐이다.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기발령 조치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당일 오후 9시30분쯤 상황이 위급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35분이 지난 11시5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태원에서 1.8㎞ 떨어진 삼각지에 있었는데 1시간35분이나 걸린 점이 의문이다. 참사 발생 후 50분이 지난 뒤에야 도착했으니 현장 지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경찰 상황일지는 그가 오후 10시17~20분쯤 도착한 것으로 기록됐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당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당직 책임자였던 류미진 총경도 자리를 비운 채 자신의 사무실에 있다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류 총경은 참사 발생 후 1시간24분 만에야 상황실로 복귀하는 ‘업무 태만’을 저질렀다.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공직자들이 직무를 태만히 하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참사 현장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인명 구조활동을 펼쳤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며 공직에 나선 이들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부실을 바로잡는 것과 더불어 공직자들의 처신을 바로 세우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처벌 가능한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윤 “김영선 해줘라”…다른 통화선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오빠, 대통령 자격 있어?’ 그러는
- [단독]“가장 경쟁력 있었다”는 김영선···공관위 관계자 “이런 사람들 의원 되나 생각”
- [단독] ‘응급실 뺑뺑이’ 당한 유족, 정부엔 ‘전화 뺑뺑이’ 당했다
- 윤 대통령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 공천개입 정황 육성…노무현 땐 탄핵소추
- [단독] 윤 대통령 “공관위서 들고 와” 멘트에 윤상현 “나는 들고 간 적 없다” 부인
- [단독]새마을지도자 자녀 100명 ‘소개팅’에 수천만원 예산 편성한 구미시[지자체는 중매 중]
- “선수들 생각, 다르지 않았다”···안세영 손 100% 들어준 문체부, 협회엔 김택규 회장 해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