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봉화 광산 사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다. 지난달 26일 일어났으니 열흘째를 맞았다. 4일 당국은 고립 광부 2명의 생존 확인 및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부들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 부근까지 구멍을 뚫는 데는 성공했다. 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살펴보니 다행히 물이나 토사가 차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존 신호는 없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사고 당시 갱도 내부에서는 총 7명이 레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사가 밀려와 수직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출구를 막아버렸다. 지하 30m 지점에 있던 5명은 탈출했으나 작업반장 A씨(62)와 보조작업자 B씨(54)는 지하 190m에서 고립됐다. 이 광산에서는 2개월 전인 지난 8월29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 지하 50m에서 채석 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광석 더미에 미끄러지면서 매몰됐다가 1명은 구조됐지만 다른 1명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고의 작업 현장은 같은 수직 갱도를 사용하고, 수평 갱도만 다르다고 한다.
이 광산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안전진단 결과, 작업을 멈추고 차량과 사람의 접근을 금지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사고가 난 갱도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8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폐쇄는 고사하고,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음에도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으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노후 광산이 봉화 지역에만 7곳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다만 지금은 사고 원인 규명이나 책임자 엄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다.
빛 한 줄기 없는 좁은 공간에서 광부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A씨는 광산에서 25년간 일을 한 베테랑이고, B씨는 취업 4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 당시 작업장으로 출발하면서 이들은 커피믹스 몇 개와 10ℓ의 물을 담아 갔다고 한다. 날씨까지 추워지고 있다. 이들은 단 하나의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곡괭이 소리, 생명의 소리. 기적같이 생환해 이들이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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