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봉화 광산 사고

오창민 기자 2022. 11. 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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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구조 당국이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천공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다. 지난달 26일 일어났으니 열흘째를 맞았다. 4일 당국은 고립 광부 2명의 생존 확인 및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부들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 부근까지 구멍을 뚫는 데는 성공했다. 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살펴보니 다행히 물이나 토사가 차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존 신호는 없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사고 당시 갱도 내부에서는 총 7명이 레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사가 밀려와 수직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출구를 막아버렸다. 지하 30m 지점에 있던 5명은 탈출했으나 작업반장 A씨(62)와 보조작업자 B씨(54)는 지하 190m에서 고립됐다. 이 광산에서는 2개월 전인 지난 8월29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 지하 50m에서 채석 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광석 더미에 미끄러지면서 매몰됐다가 1명은 구조됐지만 다른 1명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고의 작업 현장은 같은 수직 갱도를 사용하고, 수평 갱도만 다르다고 한다.

4일 오후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폐갱도 수평 상단 진입로에서 소방당국이 광차를 밀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이 광산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안전진단 결과, 작업을 멈추고 차량과 사람의 접근을 금지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사고가 난 갱도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8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폐쇄는 고사하고,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음에도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으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노후 광산이 봉화 지역에만 7곳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다만 지금은 사고 원인 규명이나 책임자 엄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다.

빛 한 줄기 없는 좁은 공간에서 광부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A씨는 광산에서 25년간 일을 한 베테랑이고, B씨는 취업 4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 당시 작업장으로 출발하면서 이들은 커피믹스 몇 개와 10ℓ의 물을 담아 갔다고 한다. 날씨까지 추워지고 있다. 이들은 단 하나의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곡괭이 소리, 생명의 소리. 기적같이 생환해 이들이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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