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울릉도 공습경보 후 100분 지나서야 자막

다수 방송사들, 공습경보 발령 후 2분 내 '빨간 공습경보' 자막
'즉각' 내보낸 방송사 대비 KBS2는 2분, SBS는 4분 늦어
"확인과정없이 즉시 실시해야" 민방위경보방송 실시기준 못 지켜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 2일 오전 8시54분 군이 행정안전부 민방공경보통제소를 통해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방송사들은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재난방송 등을 중간 확인과정 없이 즉시 실시해야 하는데, 재난주관방송사인 KBS1·KBS2와 SBS 등은 즉각적인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KBS1은 경보 발령 기준 100분 이상 늦게 '빨간 공습경보' 자막을 내보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울릉도 공습경보 당시 방송사별 대응 현황을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공습경보 자막을 가장 늦게 내보낸 방송사는 KBS1이다. KBS1은 지난 2일 오전 10시35분이 돼서야 공습경보 자막을 띄웠다. 경보 발령 기준으로 100분이 이상이 지난 시점이다. 경보 후 '즉각' 보도한 방송사와 비교해도 98~99분 늦게 자막을 내보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울릉도 공습경보 당시 방송사별 대응 현황을 취합한 자료.

다음으로 경보 자막을 늦게 내보낸 방송사는 SBS(오전 9시)였다. KBS2는오전 8시58분에 자막을 띄웠다.

세 방송사를 제외한 YTN과 연합뉴스TV, MBC,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은 공습경보가 발령된 2분 뒤인 지난 2일 오전 8시56분에 즉시 공습경보 자막을 내보냈다.

중앙방송사는 민방위경보를 수신하면 중간 확인과정 없이 즉각 '공습경보' 자막을 내보내야 하는데 KBS1 등 일부 방송사를 이를 지키지 못했다. 특히 공습경보는 방송이 지체되면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즉각 경보 자막을 띄우지 않은 경우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공습경보는 주요기관(방통위나 행정안전부 등)에서 방송사로 소스를 송출하면 방송사들의 주조종실로 자동 표출이 되는데, 방송사 주조종실 근무자는 지체 없이 공습경보 자막이 나가도록 조치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이기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게 맞는지 중간 확인과정을 거치는 등 시간을 지체해서 안 된다.

▲지난 2일 오전 8시56분 YTN과 채널A가 공습경보 발령 후 즉시 빨간 공습경보 자막을 띄운 모습.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에서 '재난방송 등의 준칙' 조항을 보면 방송법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민방위경보를 수신한 경우 '재난방송 등이 중간 확인과정 없이 즉시 실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준칙은 △재난방송 등이 시청자의 주목을 끌 수 있도록 기존 자막과 다른 형식을 활용해 긴급한 재난상황임을 알 수 있도록 할 것 △시각장애인이나 일반 국민이 재난 상황을 효율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방통위에서 정한 재난 경보음을 송출할 것 등을 준수해야 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방송사들은 화면의 2분의 1 이상을 채우는 빨간 바탕의 공습경보자막을 즉시 띄워야 한다. '민방위 경보 TV 자막방송 송출기준'은 총 4단계다. 최고 단계인 공습경보(Air raid warning)는 화면의 가로 전체, 세로 최소(1/2 크기) 이상으로 빨간 바탕 흰색 굵은 글씨로 써야 한다. 또한 한글, 영어 자막을 혼용해 외국인들도 경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시' 방송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행정안전부가 추후 판단할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에 “우선 행정안전부의 판단이 필요하다. 과태료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방송평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S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에 “공습경보 발령 직후 KBS1TV 주조정실에서의 자막 송출 처리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로 자막이 제때 방송되지 못했고, 재정비 이후 송출하느라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KBS는 이어 “하단 스크롤(화면 하단에 움직이는 자막)은 정상 송출됐으며 뉴스특보의 경우 타 방송사보다 빠른 9시19분에 시작해 관련 소식을 상세하게 정했다”고 해명했다.

SBS는 4일 미디어오늘에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단독] 울릉도 '빨간 공습경보' 1시간 넘게 늦게 띄운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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