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안부 1단계 긴급문자 ‘압사사고-15명 CPR’ 불구 장관 직보 안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57분 내부에 전송한 1단계 긴급문자(크로샷)에 “압사 사고” “15명(CPR 환자)”라고 적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단계별 보고 체계에 따라 이상민 장관에 대한 보고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취재 결과 매뉴얼 상 상황실장 판단에 따라 직보도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명 압사 우려에도 불구하고 1단계 상황이라며 장관에게 관련 내용이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 장관이 사고를 인지한 후 공식적인 ‘첫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1단계 상황 당시 이미 사태가 심각한데도 직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데다가, 이 장관의 지시 내용은 현재까지 미궁에 빠져있다.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행안부 상황실의 긴급문자 내용을 보면, 1단계에서 이미 ‘압사 사고’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해당 문자에는 “용산구 이태원로 173-7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 압사사고” “CPR환자 15명” 등 위급한 상황이 이미 담겨 있다.
2단계 긴급문자에는 “심정지 환자 약 30명 추정”으로 피해 인원이 증가했다. 소방청은 대응 1단계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에 연락을 취했는데, 행안부에서는 왜 유연한 판단이 이뤄지지 못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명을 종합하면, 이 장관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20분 사고상황을 처음 보고받았다. 오후 10시48분 소방청 상황실이 행안부 상황실에 1단계 보고를 했으나 이 장관에게 긴급 문자가 도달한 시점은 11시20분이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방청 상황실을 통해 상황을 알게 된 오후 11시1분보다 19분 늦은 시점이다.
행안부는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1~4단계로 구분된 ‘재난상황전파체계’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서 1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한 시점은 10시57분인데 대응 단계가 낮아 20분 이상 지나기까지 장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단계는 국·과장, 2단계는 실장과 장·차관 비서실, 3단계는 장·차관과 과장급 이상 간부에게 긴급문자가 전송되며 4단계가 돼야 장·차관 직보가 이뤄진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 매뉴얼 상 대응단계가 낮더라도 상황실장 판단 하에 장관 비서실에 연락을 취하는 등 상위 단계 조처도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관 직보가 의무화된) 4단계 전이라 해도 이에 해당하는 조치가 가능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1단계 대응은 너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문자 내용만 보고 (바로 장관에게 보고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참사를 처음 보고받은 장소는 서울 강남구 자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관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0시45분인데, 상황을 인지했다고 밝힌 오후 11시20분보다 1시간25분이 흐른 뒤다. 이 장관 자택이 있는 압구정동에서 이태원역까지는 차로 약 20~30분 거리로 상황파악이 오래 걸려 이동이 늦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보고를 받고 여러 상황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두 축을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이 상황 파악 후 내린 ‘첫 지시’의 내용도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장관은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게 아니라 되레 대통령으로부터 먼저 지시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국정상황실장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보고받은 후 11시21분 즈음 직접 이 장관에게 전화를 해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첫 지시를 내렸다.
이 장관이 오후 11시31분 상황실장과 유선으로 통화하고 11시49분 장관실 재난안전비서관과 소통해 사고 현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 외에는 지시 사항이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고 현장의 차량·인원 통제를 위한 경찰 배치와 부상자들을 위한 소방인력 투입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워낙 긴박해서 상황판단회의를 직접 주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상황실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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