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잘 견뎌줘”… 봉화 매몰광산에 손편지 내려 보내

봉화=명민준 기자 2022. 11. 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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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빠, 제발 잘 견뎌주길 바래." 4일 낮 12시경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 현장 컨테이너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

사고가 발생한지 이날로 10일째가 됐지만 고립된 작업자 A 씨(62)와 보조작업자 B 씨(56)의 생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가족들이 쓴 편지는 미음과 보온덮개, 해열제 등과 함께 구조당국이 시추한 공간을 통해 고립된 작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 170m 지점에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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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아연광산 매몰 사고 10일째 ‘무사 생환’ 기원하는 편지. 2022.11.4 뉴스1
“○○이 아빠, 제발 잘 견뎌주길 바래.”

4일 낮 12시경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 현장 컨테이너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 사고가 발생한지 이날로 10일째가 됐지만 고립된 작업자 A 씨(62)와 보조작업자 B 씨(56)의 생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A 씨의 부인(63)는 대기실 구석에 앉아 볼펜을 손에 쥔 채 수첩을 한참 들여다봤다.

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이 아빠’라고 적고 이내 눈물을 쏟았다. 숨을 몇 번 몰아쉰 뒤에야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편지를 써내려갔다. ‘제발 잘 견뎌주길 바래.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야’.

A 씨는 40여 년 전 부인과 결혼했고, 장인을 따라 광부의 길을 택했다. 지금은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작업자다.

구조 현장에는 A 씨의 옛 동료 C 씨(71)가 찾아와 가족들을 위로했다. C 씨는 말기암투병 중이지만 친형제나 다름없는 동료에게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에 먼 길을 왔다고 했다. 그는 “동생이 반드시 살아올 것이라 믿는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주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보조작업자 B 씨의 형(60)도 먹먹한 심정으로 편지를 썼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는 너를 생각하면 참으로 고통스럽다”라고 쓰면서 울먹였다. B 씨는 광부일을 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사고가 난 광산으로 온 지는 4일 밖에 안 됐다고 한다.

가족들이 쓴 편지는 미음과 보온덮개, 해열제 등과 함께 구조당국이 시추한 공간을 통해 고립된 작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 170m 지점에 보내졌다. 현장에선 구조대원 진입로 확보 작업이 진행 중인데 작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까지 약 25m 가량 남아, 이르면 6일 경 구조 지점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봉화=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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