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1년 유예기간 두고 80% 하향 검토

진중언 기자 2022. 11.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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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똑같이 유지한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내년에도 올해처럼 시세의 평균 71.5%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책정한다는 뜻이다. 현실화율이 동결되면 최근 집값 내림세와 맞물려 내년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떨어지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90%로 설정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당장 조정하진 않지만, 1년 유예기간을 두고 80%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4일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어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조세연은 “집값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오르고, 세율 인상까지 영향을 미쳐 보유세 등 국민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세연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같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 때문에 현시점에서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확정하기 어렵다”며 기존 계획을 1년 유예하는 것을 최종 의견으로 제시했다. 지난 6월 조세연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국토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조세연은 기존 현실화율 목표치(90%)를 80%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송경호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유지하면 1월 1일 자로 발표하는 공시가격이 연중 실거래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ㆍ보완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는 공약을 내걸었고, 국토교통부도 발 빠르게 개선안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9.1%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7.2%나 오르면서 주택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4일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기존 90%에서 80%로 낮추는 방안이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조세재정연구원이 1년 유예 방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존 로드맵 개편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장기 계획인 현실화 로드맵을 섣불리 확정하기 어려워 시장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
2022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역전할 수도”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 따라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현실화율은 올해 71.5%에서 내년엔 72.7%로, 2024년 74.6%로 계속 오를 예정이었다. 가령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에서 변하지 않아도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7억2700만원, 7억4600만원 식으로 계속 오른다.

조세연은 올 들어 집값이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기존 현실화 계획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지역별로 1년 전보다 평균 실거래가가 10% 이상 내린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면서 “현실화율 목표치를 90%로 설정하면 주택 가격 하락기에 1월 1일 자로 발표한 공시가격과 그해 실거래 가격의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5월(-0.68%)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올해 1∼8월 누적 변동률이 -6.63%로 역대 가장 많이 내렸다.

조세연은 또 토지나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시세 평가가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맞추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예정이다.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뉴스1

◇'2040년까지 현실화율 80%’도 제시

조세연은 최종 의견으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시점을 기존대로 2030년으로 유지하는 방안 외에도 2035년이나 2040년으로 늦추는 방안도 소개했다. 2035년으로 연장할 경우 해마다 상승하는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연평균 2.31%에서 0.65%로 낮아진다.

국토부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적용할 공시가 현실화율 이행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랑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현실화율 로드맵 개편과 별도로 공시가격 시세 산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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