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 난 영화계, 또 찾아온 위기 [무비노트]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정상 궤도에 들어선 줄 알았던 영화계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10월 매출액이 전달보다 약 40% 감소한 615억 원을 기록하며 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영화 산업은 정상 궤도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 5월부터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극장가는 9월까지 매달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달성해 왔고, 관객 수도 평균 1000만 명대로 안정을 찾았기 때문.
하지만 위기는 곧바로 찾아왔다. 지난달부터 관객 수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10월 전체 매출액은 615억3684만 원(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 기준)까지 추락했다. 총관객 수는 619만8284명이다. 지난달에 비해 매출은 약 39.6% 줄었고 관객 수는 37.1% 감소했다. 심지어 이번 10월 매출액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암흑기와도 같았던 팬데믹 시절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월 기준 영화계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415억 원,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번 매출 감소가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락폭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에 있다. 물론 대부분의 텐트폴 영화들이 관객들이 몰리는 여름·겨울 방학과 연휴 시기를 노려 개봉하는 만큼 10월 관객 수가 감소하는 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감소폭이 이 정도로 크진 않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8년을 돌아보면 관객 하락폭은 17% 수준이었고, 2019년엔 단 0.5%의 하락폭만 기록했다.
총매출액과 관객 수가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 역시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극장가가 지난 8월 총매출 1523억 원·관객 수 1495만6709명을 기록한 반면, 9월엔 총매출 1018억 원·관객 수 986만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10월, 더 큰 폭의 하락세가 나타나며 극장가에는 위기감이 드리워진 상태다.
부진의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건 작품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점. 먼저 9월엔 '공조2: 인터내셔날' '인생은 아름다워' '정직한 후보2' 등 힘 있는 국산 작품들이 다수 개봉했음에도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고, 10월에도 '블랙 아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해외 기대작들이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파워를 보여주며 부진을 겪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영화 티켓 가격의 상승이다. 현재 3사 멀티플렉스(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극장의 티켓 가격은 평일 1만4000원·주말 1만5000원이며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와 같은 특별관은 2만 원 중반에 육박한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4000여 원 상승했다.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시 4인 가족이 주말에 영화를 보는 데에만 6만 원을 소비해야 하며, 특별관을 이용할 시 10만 원 이상이 든다. 이에 영화관은 더 이상 부담 없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아니게 됐다.
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인이 투자한 만큼 영화가 주는 만족도가 높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 이에 소비자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믿고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들로만 향하게 됐고, 초반 평가가 좋지 않거나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칼같이 외면당했다. 이 여파로 수 많은 저예산 영화들이 각종 영화제나 커뮤니티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 1만 명의 관객도 기록하지 못한채 극장에서 조용히 물러나고 있는 중이다.
관객들이 영화관이 없는 삶에 익숙해졌다는 점도 부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심지어 영화관을 대체할 만한 여가 방법도 이미 다수 등장한 상태다. 코로나19 시국이 예측보다 길어지며 영화 관람이 취미이던 관객들은 캠핑과 낚시 등 다른 취미를 찾기 시작했고, 만인의 데이트 장소·휴식 장소였던 영화관은 머릿속에서 잊혀져 갔다. 더군다나 치열해진 OTT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최신 영화까지 집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영화관에 갈 이유는 더 사라져갔다.
이처럼 극장가에 다시금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설상가상 11월 상황은 더 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라는 대형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나 현재 마블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 여파로 애도 분위기가 감돌며 일일 관객 수가 10만 명도 안 되는 8만 명 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 3일간 총관객 수가 25만 명도 되지 않는다. 또 11월은 평균적으로 많은 관객이 몰리는 달도 아니다. 과연 영화계가 어떤 비책으로 이번 위기를 타파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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