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교훈 벌써 잊었나···재난안전통신망 이태원 참사 때는 '먹통'
이상민 거취·한덕수 사과 관련 "수사 지켜봐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도 시인했다. 재난 발생 시 관계기관끼리 '버튼'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정작 참사 당시에는 해당 기능이 활용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정부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감찰과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1.5조 투입한 재난안전통신망, 참사 당시 '무용지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브리핑에서 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지자체 등이 동시 소통할 수 있는 4세대(PS-LTE) 무선통신기기가 이번 참사에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까지 조사한 것으로는 사실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규모 참사를 막기 위해 지난해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경찰청을 비롯해 333개 재난 유관기관들이 신속하게 협업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을 구축했다. 단말기 버튼만 누르면 관계기관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 때 해당 통신망을 활용한 기관 간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 실장은 이날 "효과적으로 구축된 재난통신망이 사용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이와 관련한 조사도 이뤄져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현장에서 활용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제기된 112ㆍ119 신고 통합 필요성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윤 청장 '보고 지연' 수사 개시"···이상민 거취에는 "수사 지켜봐야"
이날 브리핑에서는 참사 당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자정 넘어 늑장 보고를 받은 상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중대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46분 만인 지난달 29일 밤 11시 1분에 보고를 받았다. 이후 29일 밤 11시 21분, 30일 오전 0시 6분에 각각 신속한 구급ㆍ치료와 응급의료체계 가동에 관한 긴급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윤 청장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은 이보다 늦은 30일 오전 0시 14분쯤이다. 이에 대해 우종수 경찰청 차장은 "서울청 내에서 경찰서장과 서울청 상황관리관 사이 상황이 지연 보고된 데 대해 감찰에서 문제점이 있는 게 확인됐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각 문책론'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방 실장은 이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습 등이 중요한 때라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경찰청장이 사과 말씀을 드렸고, 행안부 장관님도 사과 표명을 국회 행안위에서 하신 바가 있다"며 "다양한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 인근 건축물 8곳 무단 증축"
한편, 정부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참사 사상자와 가족 지원을 위한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통합민원실 형태로 운영되는 지원센터는 희생자 장례, 부상자 치료, 구호금 지급, 심리치료ㆍ상담 등을 지원한다. 국토교통부는 무단 불법증축과 도로관리 현황에 대한 점검 계획도 밝혔다. 방 실장은 "국토부 조사 결과 이번 사고 인근 건축물 중 8곳이 무단 증축된 것이 확인됐다"며 "향후 위반건축물 관련 제도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서울시, 용산구와 협력해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 피해 규모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91명 총 34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156명 가운데 내국인은 130명으로, 이 중 129명의 장례가 완료됐다.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7명의 장례도 치러졌다. 외국인 사망자 중 19명은 송환 대기 중이다. 방 실장은 "남은 20명의 장례 절차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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