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3500억 매입 … KT&G 주가 고공행진
3분기 매출 8.5% 늘어 '양호'
주가 6개월새 14% 상승세
지분 1% 국내외 사모펀드
"인삼공사 분리" 주주제안
국내외 사모펀드로부터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을 받은 KT&G가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배당금 증액 방침을 내놓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삼공사 분할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다. KT&G는 주주제안 대응을 위해 김앤장에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재 주주제안을 한 운용사들이 보유한 지분은 1% 내외에 머물러 있다.
4일 KT&G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까지 자사주 370만주(3497억원 규모) 취득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주당 배당금을 전년(4800원) 대비 200원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현될 경우 주당 5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날 KT&G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00원(2.45%) 오른 9만6200원에 장을 마쳤다. KT&G 주가는 지난 1개월 동안 8% 올랐고, 6개월 동안 14% 올랐다. 최근 10년간 최고점(2016년 7월 13만95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0%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코스피 하락을 고려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여기엔 외국인들의 매수 영향도 있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KT&G 주식 23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장에선 주주제안과 외국인 매수의 연관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KT&G는 국내외 사모펀드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주주제안을 잇달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는 인삼공사를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상장할 것을 제안했다. 담배와 인삼 사업의 성격이 달라서 두 모자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니 인삼공사를 별도 상장하라는 논리다. 이 밖에도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요청 △비핵심 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이 포함된 5대 주주제안을 했다. 지난 2일 안다자산운용도 비슷한 취지의 주주제안을 했다. 두 행동주의 펀드는 KT&G 지분율이 각각 1% 미만이다. 그만큼 현 상황에서 이들의 주주제안이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KT&G의 1·3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지분율 7.55%)과 기업은행(6.93%)이다. 2대 주주는 미국계 운용사인 퍼스트이글(7.12%)이다. 퍼스트이글을 비롯해 블랙록, 뱅가드 등 외국계 투자자의 지분만 현재 40%가 넘는다.
KT&G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KT&G 관계자는 "이번 주주 의견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작년 2002억원 규모에 이어 작년에도 342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계속 주주가치를 제고해왔다는 점과 이번에 밝힌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이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주제안에 나선 운용사들이 요구하는 자회사 상장이 오히려 주주가치 저해 요소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FCP 측은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주식을 기존 주주 모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002년 한국담배인삼공사를 민영화한 KT&G는 적극적인 기업 인수로 기존의 담배, 인삼을 넘어 제약과 화장품, 부동산업까지 다양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KT&G는 100% 자회사인 인삼공사를 비롯해 20여 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 중 상장사는 의약품을 파는 영진약품뿐이다. KT&G는 2006년 '기업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칼 아이칸의 사모펀드에서 공세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번 주주제안은 아이칸의 공격과는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KT&G는 전날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기간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조6210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4056억원을 기록했다.
[박윤예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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