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100억 투자한 기업, 세금 8억 감면
稅혜택으로 투자 불씨 살리기
개인투자자 10% 소득공제
지분 처분땐 양도세 비과세
정부가 민간의 벤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법인에 최대 8%의 세액공제, 개인에게는 10%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연내 벤처투자법과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초 국회 통과와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인 금리 인상과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금줄이 끊긴 벤처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가 도입되면 민간 벤처모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투자금의 10%를 종합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연말정산 때 100만원을 공제받는 식이다.
법인 역시 민간 벤처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기본적으로 투자 금액의 5%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법인이 투자 규모를 최근 3년간 평균치보다 늘렸을 경우엔 증가분의 3%에 대해 추가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법인의 과거 벤처 투자 이력과 투자 규모에 따라 최대 8%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내국 법인이 벤처기업에 직접 출자하거나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을 통해 간접 출자하는 경우에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민간 자금을 모아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모펀드를 통해 투자할 때도 이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때 민간 모펀드는 출자 금액의 최소 60%를 의무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며, 실제 투자금액이 이보다 크다면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감면해준다.
가령, 직전 3년간 벤처기업에 연평균 100억원을 투자한 A기업이 민간 벤처모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했다면 벤처모펀드 투자액 200억원의 5%인 10억원을 세액공제받는다. 민간 벤처모펀드를 통한 벤처기업 투자 증가분 100억원의 3%인 3억원을 추가 공제받아 총 13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만약 기업이 벤처모펀드를 통해 처음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면 더 큰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A법인이 지난 3년간 벤처기업에 투자한 적이 없다면 A기업은 민간 벤처모펀드 투자액 200억원의 8%인 16억원의 세금을 감면받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금의 5%를 세액공제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과거 벤처투자 이력이 없는 기업이라면 8%의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어 혜택이 매우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운용 측면에서의 혜택도 마련했다. 정부는 개인이나 민간 벤처모펀드 운용사가 모펀드 출자를 통해 취득한 벤처기업 주식 지분을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을 계획이다. 연 1회 이상 결산·분배 등 요건을 충족하는 적격 사모펀드가 벤처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한다. 또 민간 벤처모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자산 관리나 운용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또 정부는 자금 수혈이 어려운 스타트업을 위해 다양한 벤처금융 기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을 위해 '조건부 지분전환 계약'을 도입하고, '투자조건부 융자제도'를 도입해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받기 전까지 자금 확보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 비율을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자 모태펀드가 투자한 펀드에서 손실이 날 경우 정부가 민간보다 손실을 더 많이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통해 벤처투자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최근 벤처·스타트업계의 자금난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하고 실물 경기가 위축되며 투자 리스크가 큰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가 뚝 끊긴 상황이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투자 축소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 운동량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스타트업 A사는 최근 들어 자금 사정이 매우 안 좋아졌다. 해외 투자 유치도 알아봤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A사 관계자는 "현재 시리즈B 투자(후속 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벤처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중대형 투자는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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