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캠핑장 간 경찰청장···소방 연락 받고야 사태 알았다

박우인 기자 2022. 11. 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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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경찰 부실대응 정황
캠핑장서 11시 취침·자정 넘어 인지
전 용산서장 도착시간 '거짓 논란'
"수뇌부 등 모든 가능성 두고 수사"
특수본, 부상자·경찰관 등 85명 조사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다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안전관리 대책 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지휘 라인의 부실 대응 정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다. 지휘 라인 공백 상태에서 경찰청은 당시 비상 상황조차 서울경찰청이 아닌 소방청의 연락을 받고서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칼끝이 이임재 전 용산서장, 참사 당시 112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관을 넘어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수뇌부로 향할지 주목된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윤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인 29일 주말을 맞아 본가가 있는 충북 제천을 찾았다. 월악산을 등산한 윤 청장은 인근 캠핑장에서 오후 11시 무렵 잠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가 오후 10시 15분 발생한 만큼 윤 청장은 상황 발생 이후 45분 동안 보고도 받지 못하고 사고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잠이 든 윤 청장은 당일 오후 11시 32분께 경찰청 상황담당관에게 인명 사고 발생 문자 메시지를 받았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20여 분 뒤 다시 상황담당관이 윤 청장과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윤 청장은 이튿날인 10월 30일 오전 0시 14분 상황담당관에게 비로소 상황을 보고 받고 바로 서울로 향했다. 김 서울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을 지시한 시간은 다시 5분이 흐른 같은 날 0시 19분이었다.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 때문에 윤 청장이 경찰청 지휘부 회의를 주재한 것은 오전 2시 30분에야 가능했다.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윤 청장의 이날 행적은 경찰의 총책임자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서울청장 역시 당일 집에 머물다 뒤늦게 보고를 받고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등 수뇌부 부재 상황에서 경찰청은 직할인 서울청이 아닌 소방청의 연락을 받고 비상 상황을 파악했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56분께다. 경찰·소방에 따르면 소방청은 경찰청 상황실에 구급차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근 교통을 통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참사가 시작된 지 무려 41분 뒤다. 당시까지 이태원의 상황을 몰랐던 경찰청 상황실은 서울청 상황실과 용산경찰서 상황실을 통해 오후 11시 15분께 압사 참사가 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이태원에서 수십 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방 당국의 집계가 나온 시점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수뇌부의 부재 속에 일선 현장의 지휘관이었던 이 전 서장의 당일 행적에 대한 의문점도 커지고 있다. 김 서울청장에게 늑장 보고를 한 이 전 서장은 ‘거짓 보고’ ‘음주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때는 오후 11시 5분이었다. 이는 참사 초기 이 전 서장이 10시 20분에 도착했다는 용산서의 상황 일지와 다르다. 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상황 보고를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시 현장과 가까운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위급한 상황을 모두 지켜봤음에도 늑장 보고를 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이 전 서장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특수본은 감찰팀으로부터 이 전 서장과 당시 상황관리관이었던 류 전 인사교육관에 관한 감찰 자료를 넘겨 받는 즉시 이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진상 규명 과정에서 지휘부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서울청장을 포함해 수뇌부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 청장을 포함한 경찰 지휘부도 수사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전제를 깔고 (수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서울청장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그 부분도 당연히 수사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수본은 당분간 지휘부 부실 대응보다 참사 현장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본은 이날 12시 기준 목격자 및 부상자 67명과 인근 업소 관계자 14명,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과 현장 출동 경찰관 3명 등 8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또 인근 폐쇄회로(CC)TV 141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3D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 규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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