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이어 흥국생명?...또 휘청이는 자본시장

조태현 2022. 11. 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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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조태현 경제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특보-이태원 참사]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3고 현상과 함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에 악재가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이번엔 흥국생명이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흥국생명의 어떤 행동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경제부 조태현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가 최근 복합위기라는 말을 쓰는데 그중의 큰 줄기가 경제 위기, 또 그 가운데서 자본시장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조태현 기자랑 레고랜드 사태를 거듭 짚었는데 요 며칠 흥국생명이 거론되고 있거든요.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흥국생명 하면 많이 생각하시는 게 핑크스파이더스, 배구단, 김연경 선수 이런 사람들 많이 생각할 텐데요. 그만큼 업계에서 그렇게까지 존재감이 큰 회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자산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해 기준 흥국생명이 우리나라 생명보험사 중에 8위 정도가 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아주 큰 관심을 받고 있죠. 그게 외화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생소한 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는데 하나씩 짚어볼게요. 먼저 신종자본증권입니다. 이게 뭐냐 하면 많이 어색하실 수 있는데 영구채라고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만기가 아주 길거나 아니면 만기가 없는, 그런 영구적인 것들. 그러니까 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면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론적으로는. 이런 채권을 바로 신종자본증권이라고 합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게 갚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재무제표상에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들어가요. 그렇기 때문에 재무 구조가 안 좋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때 많이 쓰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지금 나오고 있는데 두 번째 특징이 콜옵션입니다. 콜옵션이 뭐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 보유자들의 채권을 살 권리가 행사하냐, 안 하냐. 이걸 말하거든요. 복잡한데 그러니까 만기가 되기 전에 빚을 먼저 갚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왜 먼저 빚을 갚냐. 말씀드린 것처럼 만기가 길거나 없기 때문에 그러면 지금 국채도 30년 만기 국채가 나온 게 최근 일이거든요. 한 10년도 안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국채조차도 이렇게 긴 만기로는 거래가 잘 안 될 정도인데 일반 기업들이 발행한 게 거래가 되겠어요? 잘 안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서 중간에 정산을 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마지막에 지금 나오고 있는데 설명을 드릴까 말까 하다가 포함이 됐는데요. 위험성이 비교적 큽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 회사가 망했을 때 법인을 청산하고 남은 자산을 채권자들이 나눠갖게 되거든요. 첫 번째로는 담보채권, 일반채권, 후순위채권 이렇게 가는데 영구채라는 건 후순위채권보다 더 아래 단계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위험한 채권이기 때문에 금리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드렸는데 흥국생명이 지난 2017년에 신종자본증권 5억 달러 규모를 발행했습니다. 그게 콜옵션 행사일이 지금이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조기 상환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은 게 2009년에 우리은행 이후에 13년 만이거든요. 당시에 우리은행이 콜옵션 행사하지 않겠다, 이렇게 밝히니까 채권시장이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았고요. 외국계 증권사에서 우리은행을 강도 높게 공격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콜옵션을 행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그 이후로 없었던 일이었는데, 그러니까 중간 정산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 배경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이 증권이 발행이 됐을 때 금리가 연 4%대 중반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연장을 하면 스텝업이라고 하는데 이게 금리가 연 6%가 대가 됩니다. 그런데 콜옵션을 행사해서 새로발행을 하게 되면 금리가 12% 정도로 뛰어요. 왜 이렇게 크게 오르냐.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이고 있죠. 여기에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금리가 다 올라가는데 가계들도 힘들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금융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시장이 안 좋고요. 앞서도 이광연 앵커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레고랜드 사태가 있어서 자금 시장이 상당히 안 좋은 상태입니다. 이 말은 무엇이냐. 지금은 이렇게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자금을 다 조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또 하나 영향을 미친 게 환율인데요. 이게 5억 달러 규모라고 했는데 당시 발행할 때 우리나라 돈으로 한 5000억 원이 넘는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게 7000억 원이 넘거든요. 그러니까 여러 가지 측면들이 영향을 미쳐서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고요. 또 하나는 흥국생명의 지배구조도 볼 수 있는데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를 갖고 있고요. 지분 100%가 관계 산하, 친인척 관계로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주주들의 감시를 덜 받는 기업이다. 그래서 이런 판단을 할 수 있었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전 조 기자가 채권시장 안에서의 시장의 불신을 얘기했는데 레고랜드 사태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사실 연쇄적일까 봐 우려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금융사에는 비슷한 문제가 없는 건가요?

[기자]

있죠. 최근에 DB생명이 13일로 예정됐던 3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미뤘습니다. 사실 이건 조금 상황이 다르기는 한데요. 이거는 채권자들이랑 미리 합의를 하기도 했고요. 금액도 적고 외화가 아니라 국내에서 거래가 된 채권입니다. 그래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이거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지만 소규모 악재들이 계속 겹치게 되면 대규모 악재로 발전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그래픽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 증권사 자료를 보니까 내년에 만기가 오는 한국계 외화 채권 규모가 249억 달러 규모입니다. 이게 우리 돈으로 한 35조 원 정도가 되는데요. 올해보다 21.8% 크게 늘어나는 수준이죠. 당연히 모수가 커졌으니까 위험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한화생명이랑 KDB생명이 내년 4월, 5월에 조기상환일이 도래할 예정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지금 시장에서 약간의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일단은 지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자본시장 전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기자]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수 있겠고요. 콜옵션 포기 소식이 퍼지면서 흥국생명의 채권이 30%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탄을 한화생명도 맞았는데 한화생명도 유탄을 크게 맞았거든요. 지금 자본시장이 상당히 굉장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금리도 오르고 그러면서 안 그래도 자본시장이 경색될 만큼 경색됐는데 레고랜드가 유증기가 가득 찬 탱크에다가 불을 붙여버렸죠.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까지 나오면 채권시장에서 한국에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어떻게 믿고 사겠어? 이렇게 해서 신뢰가 떨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안 좋냐. 신용스프레드라는 지표가 있거든요. 이게 뭐냐 하면 국고채랑 회사채의 금리 차이를 말하는 지표입니다. 국고채는 나라에서 보증을 하는 채권이니까 아무래도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죠. 그러면 이 수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업들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외화신용스프레드가 연초에 145BP, 그러니까 1.45%포인트였는데 지금은 192BP까지 올랐습니다. 상당히 빠르게 오르고 있고요. 그런데 여파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거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는 게 관례에 따르지 않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약을 어겨서 부도가 난 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계약 자체는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라는 측면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흥국생명이 국내 8위 정도가 되는 기업입니다. 그렇게 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장, 은행채나 국공채에 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그렇게 크지 않을 거다, 이런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흥국생명 자체도 건전성이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상황은 조금 봐야겠지만 그렇게까지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시장 전반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라는 해석인데 지금 나온 생명사만 해도 흥국생명, DB생명, 한화생명 이렇게 거론됐는데 보험업 자체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이 부분이 큰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금융 비용이 늘어나게 되겠죠. 경기침체도 가팔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미국 연준에서도 경착륙의 가능성도 계속 낮추고 있잖아요. 이렇게 경기도 안 좋아, 금리도 너무 높아.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요. 은행빚을 갚는 것을 미루나요? 카드 요금을 더 늦게 내나요? 그럴 수는 없단 말이에요. 가장 쉬운 게 보험을 줄이는 겁니다. 그리고 고물가가 되면 소득이 줄어드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역시 여기에서도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 보험 같은 것들을 해지하기가 쉽다는 거죠.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고용률이나 경기 같은 것들이 실제로 보험 해약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게 뭐가 문제냐. 최근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이면서 지금 대출금리가 올랐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대출금리만 오른 게 아니죠. 예금금리도 올랐습니다. 요즘 보면 머니무브라고 하잖아요. 은행 예적금으로 돈이 많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거는 보험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보험사에는 저축성 보험이라는 상품이 있잖아요. 이쪽에 지금 해약이 늘고 이 자금들이 은행으로 가고 있는 정황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채권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험료 수입으로 영업을 계속해나가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또 자본시장이 직격탄까지 맞았으니까 사면초가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보험회사가 위기에 처한다는 건 결국에는 금융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고요. 여기에 대한 대비는 필요해 보입니다. 금융 당국이 설명한 것처럼 아직까지 지표상으로 뚜렷한 위기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선제적인 대응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아까 조태현 기자가 방금 기준금리 얘기를 한 김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경기침체가 우려되면서 자금 시장도 경색됐다. 기준금리 인상 관련한 부분도 잠깐 설명해 주시죠.

[기자]

지금 미국이 기준금리를 굉장히 빠르게 높이고 있잖아요. 이번에도 75BP로 올려서 4연속이던가요? 그래서 지금 기준금리가 연 4%까지 고점 기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까지 올라갔는데 한국은행이 오는 24일에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서 우리나라도 이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가 됐거든요. 지금은 연 3%인데. 그러니까 미국과의 격차가 굉장히 커진 상태입니다. 그러면 한국은행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봐야 될 것 같고요. 지금 그래서 한국은행이 이번에도 이른바 빅스텝, 50BP를 한꺼번에 올리는 이거를 단행하지 않을까 이런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 문제는 올리는 건 올리는 거지만 과연 우리 경제가 이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 부분에 문제가 커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금통위 내부에서 굉장한 격론이 벌어질 것 같은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24일에 한 번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일단 지금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가 나고 있기 때문에.

[기자]

그렇죠.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계속 올리겠다라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연말쯤에는 거의 5%, 이렇게까지 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응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대응을 하는 게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경제부 조태현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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