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 캠프 → Lee' 메모 대장동 사건 재판에 등장

정영학·남욱 대화 내용 요약
대장동 일당이 꺼린 개발방식
이재명 발표한 바로 다음날에
유동규 "시장님께 다 얘기"
원하는 고층아파트 설득 정황

대장동 특혜 개발사업 재판 법정 안팎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과 연관됐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이 원하지 않은 개발 방식을 발표한 다음 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시장님에게 다 얘기해뒀다"고 말한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유동규→캠프(정진상, 김용)→Lee"로 그린 관계도가 등장했다. 이는 정영학 회계사가 2013년 7월 2일 남욱 변호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요약한 메모를 남 변호사 측이 언급한 것이다.

정 회계사는 Lee에 대해 "시장님"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김용, 정진상과 다 상의해서 '(대장동이) 베벌리힐스가 안 되도록, 저층 연립이 안 되도록 이 시장한테 다 보고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3년 7월 1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을 신흥동 1공단 용지와 결합개발구역으로 정하고 고급 주택단지로 만들어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일당은 고층 아파트를 지어 수익성을 높이려고 했던 만큼 이 같은 개발 방식에 반대했다. 정 회계사의 증언은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 측근과 상의한 뒤 이들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후 2016년 대장동은 신흥동 1공단 용지와 분리 개발됐다. 지난 5월 열린 재판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이 공개한 정 회계사의 2013년 7월 2일 녹취록에서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오늘 아침에 시장을 만났는데 (이 대표한테) '왜 베벌리힐스 이야기를 꺼냈냐'고 했더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욕 바가지로 먹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유동규가) '시장이 복잡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내용도 나온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유 전 본부장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한 8억7400만원 중 배달사고가 난 1억원의 용처에 대해 이 대표 정치 후원금으로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선관위 등록 자료에 따르면 (유동규라는 이름은) 후원금 명단에 없다"며 "선관위 자료엔 대선 경선 후원금 명단에 정영학이 10만원, 본선 후원금으로 김만배가 5만원이라고 기록돼 있다"고 반박했다.

[최예빈 기자]